◆…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 마지막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총재는 “평생을 몸담아 왔던 한국은행의 총재로 임명되어 그 소임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며 “막상 제가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쉬움, 즉 ‘좀 더 잘 볼 수 있었는데’ 하는 미련을 떨칠 수가 없다”며 운을 뗐다.
그는 “중앙은행의 유일한 존립기반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라는 점을 되새기며 첫 업무를 시작했다”며 “정책의 출발은 항상 시장과의 소통이었으며, 정책결정의 적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장참가자와의 인식의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시장과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사전달이 충분했는지, 그래서 신뢰가 온전히 형성됐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화의 후퇴, 급기야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세계 보건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그야말로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위기 이후 경제예측이 어긋나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역시 높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가 통화정책의 성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어쩌면 중앙은행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가지 사회문제 해결에 경제적 처방을 동원하고자 하면 할수록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와 의존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내부경영 성과도 분명 적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직원들이 약 2년간의 노력 끝에 조직·인사 혁신방안의 밑그림을 그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가는 이제 새 총재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다음 총재로 지명되신 분은 빼어난 인품과 뛰어난 식견을 갖춘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새 총재님의 풍부한 경륜이 여러분들의 열정과 결합되어 한국은행이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제 저는 한없는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세인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총재로서 여러분들과 동고동락한 지난 8년은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한국은행을 떠나더라도 여러분을 항상 자랑스러워하며 한분 한분 모두와의 오랜 인연을 깊이 간직하겠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며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