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 실태 파악 전무-조사조차 안해‥'탈세불감증(?)'
현재 남대문 수입상가와 용산 등에 밀집해 있는 카메라 판매점들은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의 인기가 급상승함에 따라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과 TV홈쇼핑을 통해 디카를 구입하는 사람도 많지만 워낙 고가장비이다 보니 직접 만져보고 사겠다는 '꼼꼼한' 소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카메라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남대문 수입상가 주변과 용산전자상가는 이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과 동시에 카메라 및 관련 물품 매매의 최대시장이 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카드 결제를 원하는 고객에게 부가가치세를 전가하고 세금계산서 발행을 거부하는 등의 탈세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관계당국의 단속의 손길은 닿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깊어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주로 벌어지는 탈세행각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현금구매를 유도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과 신용카드 계산을 원할 경우 부가가치세 등 상당액을 전가해 가격을 올려 받는 수법이다.
특히 현금거래를 유도, 매출을 누락시키는 방식의 탈세수법이 횡행하고 있어 디카 등 카메라 매매가 성행하면 성행하는 만큼 세금이 줄줄 새어나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소비자들의 피해는 두 말할 것도 없다.
□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탈세현장, '카메라 상점'
기자가 직접 한 남대문 카메라 상점 상인과 통화를 시도해 봤다.
기자 : 혹시 캐논 30D(카메라 제품 명칭) 있습니까?
상인 : 네 있죠. 정품을 찾으세요, 내수를 찾으세요?
기자 : 정품이요. 카드 결제되죠?
상인 : 카드 결제하시려면 수수료로 카메라 가격의 10% 주셔야 합니다.
기자 : 현금으로 하면 어떻죠?
상인 : 현금으로 하면 5만원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현금구입' 권유 방식이다. 현금으로 물건을 매매할 경우 수입금액을 누락시키기 용이하다.
여기서 '정품'과 '내수'라는 단어는 카메라 상인과 소비자들간 통용되는 용어로 '정품'이란 정식 수입된 물건을 칭하고 '내수'란 병행수입 등을 통해 들어온 물건을 의미한다. 물론 수입 절차의 차이로 가격차이와 A/S 혜택 유무의 차이만 있을 뿐 물건은 같다.
다시 용산의 한 카메라 상점 상인에게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해 봤다.
기자 : 니콘 D200(카메라 제품 명칭) 물품 있나요?
상인 : 지금은 내수만 있는데‥
기자 : 회사에서 쓸 건데 세금 계산서 발행되나요?
상인 : 세금계산서 발행하시려면 카메라 가격의 5% 더 주셔야 합니다.
이 처럼 카메라 상점들의 탈세행각과 관련해 몇 가지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먼저 카드거래를 꺼린다. 소비자가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하고 할부 거래를 하겠다고 하면 상점들은 부가세 10%를 소비자가 내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예사다.
결국 소비자는 100만원짜리 카메라를 카드로 구입하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110만원을 줘야 되는 것이다.
또한 카메라 상점들 중 많은 곳들이 세금계산서 발행을 거부하고 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준다고 해도 세금계산서용 수수료(카메라 구입 대금의 5∼10%정도)를 구매자에게 요구하는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카메라 상점들은 카메라의 기본품목으로 포함된 물품들을 따로 빼내어 놨다가 카메라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러 오면 신경 써주는 척 하며 기본 품목을 별도로 돈을 받고 파는 '꼼수'도 종종 쓰고 있다.
판매대금은 원래 포함된 물품이다 보니 자료도 없을뿐더러 세금도 내지 않아 카메라 판매상들의 속주머니를 채워주면서 자연스레 탈세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 '보따리 물건'도 한 몫 가세‥사라진 '납세도덕'
카메라와 관련 물품들을 수입절차에 의해 구분하면 크게 '정품', '내수'로 구분된다. 예를 들면 캐논은 캐논코리아가 니콘은 니콘코리아가 정식수입업체 등록을 하고 수입·판매하며 이렇게 판매된 정품은 정식수입사로부터 1∼2년 가량 A/S 기한 등을 보장받는다.
내수는 병행수입 등의 방법을 통해 수입되는 것으로 A/S 등의 혜택은 없지만 가격이 정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병행수입이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것에 대해 정식수입업자 외 제2, 제3의 업자도 수입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또 다른 정식수입절차.
하지만 문제는 정품과 병행수입 외 일명 보따리상과 여행객을 통해 들어오는 '출처 없는 물품'이 카메라 매매상을 통해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카메라를 사기 위해 남대문 상가를 방문한 B씨는 매장주인으로부터 보따리상 등을 통해 국내에 반입, 출처 없는 물품 구입권유를 받고 정품에 비해 30만원 가까이 저렴하게 '포장도 없는 물건'을 구매했다.
A씨는 매장주인에게 가격이 왜 이렇게 싼 가를 묻자 "일본 여행 갔다온 사람이 가지고 온 건데 돈이 급하다며 자기에게 넘겼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A씨는 매장주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형태로 유통되는 물건이 몇 개 더 있으며 구매 의사가 있으면 빨리 오라는 당부의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출처가 불분명한 물품이 카메라 상점 진열대의 한 구석을 차지, 저렴한 물건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카메라 상인들의 주머니를 채워줌과 동시에 그들의 탈세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과세당국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상황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바로 눈 앞에서 탈세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 중고물품 무자료 거래도 심각‥물건 출처 "아무도 몰라요"
최근 용산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에서 카메라를 구입한 B씨는 사진 관련 동호회에 고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용의 주는 카메라 상점을 통해 구입한 중고 카메라가 불량품임에도 카메라 상점에서 환불은 물론 교환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모자라 판매상은 물건을 바꿔달라는 B씨를 협박까지 했다는 것. B씨는 60만원이 넘는 금액을 버린 셈치고라도 그들의 악덕 상행위를 근절해 보겠다며 오늘도 카메라 동호회들을 넘나들고 있다.
카메라 상점들이 신품 카메라를 파는 것과 함께 주요 소득원으로 꼽고 있는 것이 중고 카메라와 렌즈 등 중고 물품의 거래다.
판매상들은 온라인 동호회에 일반인이 올려놓은 '쿨매물(물품상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을 칭하는 인터넷 용어)'을 미리 선점해 그 물건을 가져다 청소 등의 상품 치장을 한 뒤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물품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물건들로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몇 십 만원의 웃돈을 올려 받고 파는 등 탈세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카메라 상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중고 물품 거래에 대해 "우리 상점의 수익의 반 가량이 중고품 거래에서 나온다"며 "신품 카메라는 사실 팔아도 얼마 남지 않지만 중고품은 어떻게 꾸며놓고 파느냐에 따라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중고품이 온라인 시장보다 비싼 걸 알면서도 소비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매장에 나와서 물건을 구매한다"며 "품귀 현상이 있는 물품을 여러 개 가지고 있으면 그 날은 돈 벌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카메라 상인들은 이 처럼 '탈세'와 친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시장현실이라고 항변한다. 시장상황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남대문에서 카메라 판매점을 10여년 째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보급형 디카 한 대 팔면 만원 밖에 안 남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가 활성화돼 많은 수의 고객들이 좀 더 싸게만 사려한다며 일정한 수익을 내려면 정당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주변 상점들을 다 돌아다녀 보면 10곳에 1곳이나 부가세를 따로 안 받을 뿐 나머지 상점들의 부가세 전가가 관행화 돼있다"며 "굳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나만 손해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남대문세무서, "현 실태 잘 모르고, 조사한 적 없다"
이처럼 카메라 상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탈세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과세관청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실태파악 조차하지 않는 등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세행위를 적발하고 상거래 관행을 감독해야 의무가 있는 일선 세무서가 이처럼 손을 놓고 있어 소비자들이 겪게될 불이익은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형편.
카메라 매매상이 밀집해 있는 남대문 세무서 조사과의 한 관계자는 "탈세 및 부당 행위 신고가 대부분 일반적인 제보에 그쳐 이에 대한 심의 분석 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본청에서 기획조사를 지시하거나 세무서내 조사과 정보팀에서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카메라 상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나갈 수 있지만, 본청 지시도 없고 특별한 제보나 정보가 없어 향후 조사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매매상들의 세적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남대문서 세원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남대문 카메라 상점들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물건이 거래되는 것도 모르고 있다"며 "아직까지 탈세 제보가 들어온 것이 없고 1차 경고조치 등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실태가 심각하다면 경고조치 후 조사를 나갈 수 있겠지만 실태 파악이 돼 있지도 않아 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카메라 시장의 탈세행각은 이들에게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