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집값 잡으려면 '보유·거래세 동시 인하' 안된다

대외경제硏, OECD 국가별 '보유세-집값 관계' 분석 
"보유세 1%p↑ 실질주택가격 1.151%p 하락"
거래세 인상땐 "주택매도 억제"…주택 가격↑
韓, GDP 대비 보유세 비율 0.93%…OECD서 16위
"보유세 점진적 높이는 동시에 거래세 낮춰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부동산 세금이 주택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를 분석한 결과다. 부동산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게 정책제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해진 부분을 완화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IEP이 최근 내놓은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의 1%포인트 상승은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의 1.151%포인트 하락으로 이어진다. 총조세 대비 보율세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은 0.414%포인트 떨어진다. 한국을 포함한 OECD 31개국의 자료(1995~2019년)로 분석했다고 한다.

KIEP은 "특히 보유세 증가가 실질주택가격 상승률뿐만 아니라 펀더멘털(가계소득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면 주택가격과 부동산시장의 버블 위험을 낮출 수 있단 분석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올렸을 때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다는 분석도 있다. 35개국의 1996년에서 2016년 불균형 국가패널자료로 분석한 결과, 0(완전 평등)∼1(완전 불평등) 사이 수치로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135% 하락했다.

반면 KIEP는 부동산 거래세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거래세가 오르면 주택매수를 약화시키기 보다 주택매도를 억제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보유세 낮고, 거래세 높다"
보유세 실효세율(민간 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0.17%로, 관련 통계집계가 가능한 OECD 15개국 평균(0.30%)을 크게 밑돌았다. KIEP은 "한국의 높은 부동산 가격 수준, 상대적으로 낮은 과표현실화율·세율 등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반면 거래세의 경우 GDP 대비 1.75%로 OECD 평균(0.44%)을 상회했으며,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율도 0.43%로 전체 평균치(0.12%)보다 높았다. 부동산 보유세를 제외한 재산 과세 비율(3.12%)로 따졌을 땐 OECD 평균(1.85%)을 웃돌고, OECD 37개국 중 7번째로 높다.

부동산 세제로 집값을 잡으려면 

KIEP는 "무엇보다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의 정책조합이 주택가격 안정, 경제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며 "향후 부동산시장 안정과 포용 성장을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부동산 보유세 강화 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저소득 고령층 등에게는 해외 사례와 같이 납부이연제도나 장기분납제도를 도입하거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높은 부동산 가격수준이나 전세 제도, 낮은 자각주택 보유비율 등 특수성도 고려한 세제 손질도 필요하단 목소리다. KIEP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보유세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 거래세 인하를 통한 기존 부동산 물량의 매물 확대 유도, 토지와 건축물의 분리과세(토지 고율과세·건축물 저율과세)를 통한 토지의 효율적 이용·건축물 투자 확대 유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갭 투자 억제·갭 투자를 이용한 다주택자의 매물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보증금을 일정 정도 포함하는 안도 제시했다. 싱가포르와 같이 다주택자와 거주용 1주택자(1가구 1주택과는 다른 개념)를 구분하는 차등과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