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20년 만에 최저…4월 가계지출 1.7%↓

달러당 엔화 가치가 7일 20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32엔대까지 내려간 가운데, 지난 4월 일본의 가계지출도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132.95엔(14시 기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9일 1달러당 131엔대 최저 수준으로 회복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날 가치 하락은 미국 5월 고용지표 호조세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힘을 보탠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장기 금리차가 커져 엔화를 팔아 달러화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

일본 가계지출과 실질임금도 함께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날 일본 총무성은 4월 실질 가계지출(2인 이상 가구)이 30만4510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로이터 의뢰 여존 조사에선 0.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4월 가계지출은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이 소매 비용을 올려 소비 자신감을 낮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식 등 서비스업에 대한 지출이 전달보다 늘긴 했으나 증가 폭은 예상보다 적어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에 발목이 붙잡힌 모양새다.

또한 물가가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4월 실질임금도, 4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위축돼 가계 구매력이 짓눌리고 있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 연구소 경제분석가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이 큰 영향을 미쳐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며 "지출 회복세는 오르고 있긴 하나 서서히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에 가계와 수입업체의 고통이 큰 상황임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재정금융위원회에서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리는 "물가상승이 미치는 식료품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다"며 "지난해 봄부터 가계 식사비용이 줄어들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심리 전망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0%로 명목임금 상승을 앞섰다. 4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1.2% 감소해 지난 4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

미나미 분석가는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라며 "임금과 물가가 서로 맞물려 오르지 않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공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