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 "개별 접촉, 오해 소지 충분"
정권 초기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경찰 길들이기' 색안경 우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행안부에 종속되고 인사적으로 예속되는 경향 보일 것...경찰청장 허수아비 될 우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일대일로 면담한 것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7월 경찰청장 교체 시기에 후보군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면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 9일 "파격적인 인사 이후 또 마침 공교롭게도 7월달에 경찰청장 교체 시기인데 후보군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는 측면에서는 (경찰 길들이기)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통상적으로 행안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 경찰 고위층과 면담은 있었다. 이번에도 아마 그런 차원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아마 면접 수준의 만남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달 말 윤희근 경찰청 차장 내정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내정자,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내정자, 이영상 인천경찰청장 내정자,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내정자, 송정애 경찰대학장 내정자 등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이들 중 한 명은 7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으로 내정될 가능성이 크기에 이 장관의 면담은 사실상의 '면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행안부 장관이 총경 이상 고위직 경찰관 제청자로, 제청하려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는데 서류만으로 알 수 없으니 그래서 만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정권 초기 대대적인 물갈이 수준의 인사를 했다는 게 한편으로 조직 쇄신과 개혁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권 초기에 '경찰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볼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김 교수는 "치안정감 인사내정 할 때 차기 경찰청장을 염두에 두고 내정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7월달 교체 시기와 맞물렸을 때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경찰청 차장과 일선 시도경찰청장과 다르다. 시도경찰청장 같은 경우 임명한 이후에 한두 달 만에 교체하면 조직 안정성에 우려가 크다. 그런 면에서는 경찰청 차장이 자연스럽게 경찰청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희근 경찰청 차장은) 경찰대학 출신으로 다양한 정보 수사를 비롯해서 두루 경험한 인사"라며 "대부분 치안정감에 내정 되신 분들 경우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신 분들인데 경찰수장으로서 다양한 조정능력과 정무능력 그런 걸 두루 갖춘 인사라고 하면 그중에서 윤희근 차장 같은 경우 가장 적임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는 것처럼 행안부가 부처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선 "만약 경찰국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소위 법무부 검찰국과 형식적으로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경찰 같은 경우 경찰청장이 차관급이고, 법무부 같은 경우에는 다들 검사들이다. 경찰의 경우에는 특정직 경찰공무원이고 계급 사회라는 걸 봤을 때 행안부 경찰국이라는 게 만들어진다면 행안부에 굉장히 종속되고 인사적으로 예속되는 그런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경찰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감지하고 상당히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속으로는 거부감은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찰청장은 어떻게 보면 허수아비가 될 우려가 있다. 행안부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좀 우려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