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금융 기술 부서 책임자 키릴 프로닌(Kirill Pronin)은 성명서를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채굴을 통한 수익이 러시아 외부에서 법정통화로 전환되는 경우 채굴의 합법화에 동의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가상화폐를 국제적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면 합법적인 통화로 인정할 수 있다는 지난달 발표에 이은 파격적인 행보로 러시아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합법화 단계를 밟고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올해 초 채굴을 포함한 대부분의 관련 활동에 대해 전면 금지를 발표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다른 관련 기관의 강경한 반대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선회하기 시작했다.
엘비라 나비우리나(Elvira Nabiullina)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가상화폐가 러시아 금융시스템에 스며들지 않으면 결제를 허용할 수 없다”라며 “잠재적 투자자에게 너무 변동성이 크고 위험하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러시아 플랫폼에서 거래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프로닌은 이번 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법률포럼에서 채굴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감독하에 있지는 않지만, 수수료 형태로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인정하고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채굴의 합법화를 논의할 수 있다”라는 태도를 취했다.
러시아 재무부 금융정책부 이반 체베스코프(Ivan Chebeskov)는 러시아에 본사를 둔 일부 대형 가상화폐 채굴회사들도 자금 인출 시 해외규제를 따라야 하며 러시아 정부가 업계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자체 교환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4월 러시아 의회도 디지털 통화에 관한 법률과 러시아 연방 내에서의 채굴에 관한 법률 초안을 제출하면서 러시아 정보 인프라와 장비를 사용해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것을 비즈니스 활동으로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러시아의 비트코인 채굴 합법화는 채굴된 가상화폐를 러시아가 아닌 국외에서 판매되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채굴회사(또는 채굴자)가 계속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