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당 만들 수 있게"
"정당 민주주의 관점에서 사법부 적극적 관심" 재판부에 읍소
"대통령은 절대자, 당내 비상상황은 신군부 계엄선포권에 비유"
대통령 타협안 제시에…"모멸적, 부당하다 생각해 일언지하에 거절"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절대자'로 비유하고, 당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주도한 배경으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다시 한 번 대립각을 세웠다.
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올해 12월까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올해 12월까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탄원서에서 "이 사태(당의 비대위 전환)를 주도한 절대자(윤석열 대통령)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이어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뇌리의 한구석에서 지울 수 없는 위험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또 김기현,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최근 달라진 태도에 대해서 그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음을 암시하면서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도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 이르기 까지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주체들에게서 듣고 있다"며 그런 제안이 여러 번 있었음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제안에 대해 "저에게 징계절차나 수사절차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당 대표의 책무는 제가 사사로이 어떤 절대자와도 절대 타협의 매개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 이후로 발생하는 이런 일련의 당내 내분 상황이 오비이락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당 대표에 대한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이 노출된 이후 그것에 대한 해명보다는 TV조선의 단독보도로 대통령실에서 당 지도부에 비대위 전환의견이 전달되었다는 내용이 나왔고, 다음날 비대위 전환에 반대해 왔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당내 인물들이 별다른 설명없이 마음을 바꾸어 비대위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특히 대통령이 휴가를 간 기간에 그것을 완수하도록 군사작전과도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정당과 대통령 간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는 것을 확인했다"며 비대위 전환 과정이 윤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확신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에서 덩어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며 "무리수를 두면서 권력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결국 바로잡힌다는 경종이 울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기득권 주류에게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당을 만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에 비견될 것"이라고 자조섞인 한탄을 쏟아내면서도 "사법부에서 적극적인 관심으로 당내 민주주의 확립의 관점에서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재판부의 적극적인 판단을 당부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음 주 이후에나 결정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