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안정 위해 금리인상 불가피…11월 빅스텝은 불확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 과정에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11월 빅스텝(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은 금통위원들 간 이견이 있어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12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에 대해 “5~6%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지속되리라는 전망과 환율 상승으로 상방 리스크가 추가 증대된 점, 환율 상승 기대로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지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하는 등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 0.50%p 인상을 결정했다”며 “6명의 금통위원 중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급등하고 있는 환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환율이 1400~1430원대에서 크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1998년, 2008년 등 과거와 비교하기 보단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환율 움직임과 같이 봐야 한다”며 “환율 움직임에 선행적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미 연준 결정에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게 꼭 선행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스텝 결정에는 9월 들어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평가절하 자체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한미 간 금리차가 너무 크면 외화유출의 가능성이 있고 외화유동성을 압박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금통위원 다수가 전이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 금리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11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도 빅스텝에 대해 금통위원 의견들이 나뉘었고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표(CPI)에 따라 변동가능성도 있다. 7월에는 빅스텝 가이던스를 드렸지만 이번에는 어느 한쪽으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상기조는 가져가겠지만 인상 폭은 불확실하다”고 답변했다.

이번 빅스텝 단행이 외환시장에는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지금 전 세계적인 환율변동은 기본적으로 강달러 기조 때문”이라며 “ 외환시장 변동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연말 금리를 3.5% 보고 있는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가와 5%대 물가상승이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금리인상 기조는 유지되느냐는 질문에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최종금리를 3.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5~6% 지속되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 물가오름세가 지속되면 그것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준다. 물가상승률이 소폭 떨어졌다고 해서 금리인상 필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11월말에 새 전망치가 나오는데 그 데이터를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2% 이하가 될 지는 불분명하지만 대외여건과 국내 금리인상이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자비용이 오르면 소비나 자산가격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큰 시차로 보면 물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