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부지 매입해보니 공공청사 용지로 준정부기관 건립 안돼
계약무효소송으로 각종 세금과 위약금 10억원 발생
전용기 “날림행정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국민”
◆…사진: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한국환경공단과 SH공사가 수도권서부청사 건립을 추진하다 부지 용도를 착각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이 수도권서부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청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을 매매계약했다가 소송을 통해 토지대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한국환경공단은 임차 건물을 사용하는 서부환경본부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 강서구 인근 부지를 95억원에 매입했다. 부지는 SH공사 소유 공공청사 용지였다.
공단은 청사 건립사업 설계공모를 선정해 공사 준비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3월 공공청사 용지에는 준정부기관이 건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토지 판매 기관인 SH공사를 대상으로 매매취소를 요구했다. 국토계획법 등에 따라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에 속한다.
이후 계약무효소송을 통해 토지 매입 비용은 돌려받았지만 매매취소로 발생한 각종 세금과 위약금이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설계비 1억2000만원을 포함해 △재산세 7800만원 △취득세 3억5000만원 △종합부동산세 3억9000만원 등이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SH공사 측에서도 해당 부지에 대해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고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토지 대금은 돌려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단은 세금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관청을 대상으로 소송을 밟고 있으나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환경공단은 자체 감사를 벌여 담당 직원에게 감봉·견책·경고 수준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청사 건립 사업도 차질을 빚어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됐다.
전용기 의원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을 판 SH공사나 땅을 구매하면서 청사를 지을 수 있는 부지인지 확인도 안 한 환경공단 모두 무책임한 날림행정으로 10억 대의 혈세가 공중부양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런 중대한 실수를 했음에도 책임 당사자인 직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일반인도 땅을 살 때 용도에 맞는지 충분히 알아 보고 산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한 환경공단 직원들 때문에 국민 혈세만 낭비되었다"며 "더욱이 이런 실수를 했음에도 경징계로 그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