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분석가 63% "1년 내 경기침체…연준이 차악(次惡) 선택"

미국 경제분석가 63%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영향으로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연준이 실업률 증가와 함께 경기침체가 일어나는 차악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분석가 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기침체를 전망한 경제분석가가 50% 이상을 넘긴 것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조사에선 49%가 12개월 내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경제분석가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 1분기 연 0.2%, 2분기에는 연 0.1% 위축될 거로 예측했다. 지난 7월 조사에서는 각각 0.8%, 1% 성장을 전망했다.

미국 2분기와 3분기 일자리 수가 저성장과 이익률 감소로 인해 줄어들 전망이다. 경제분석가들은 2분기 비농업부분 일자리가 월평균 3만4000명, 3분기 3만8000명 증가로 내다봤다. 지난 조사에선 두 분기 모두 6만500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점차 높게 보고 있다. 응답자 59.8%는 연준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 불필요한 경기부진을 유발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조사에선 45.6%였다.

다니일 마넨코브 미시간대학 경제학 교수는 "연착륙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신화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르코프스카 수석 경제분석가는 "고금리와 강달러 영향으로 내년 GDP가 2.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WSJ은 경기침체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경제분석가들이 전망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답한 경제분석가들의 평균 기간은 8개월이었다.

경제분석가들은 고용 시장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3.5%였던 실업률이 12월엔 3.7%, 내년 6월엔 4.3%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내년 말 실업률 전망치는 평균 4.7%로 2024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경제분석가는 "연준이 두 가지 악 가운데 차악을 선택했다"며 "실업률 상승과 함께 경기침체를 겪던가, 높은 물가상승률이 고착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내년 주택 수요는 더욱 둔화할 전망이다. 경제분석가들은 2023년 주택가격이 2.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지난 9월까지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금리를 3.00~3.25% 선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에 연준이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경제분석가들은 올 12월에 기준금리가 4.267%까지 올라 갈 것으로 봤다. 내년 6월까지 금리가 4.551%까지 오르면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출 시점을 내년 말이나 2024년 초로 예상했다. 경제분석가 30%는 연준이 2023년 4분기에, 28.3%는 2024년 1분기에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