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현재 CP 금리 4.97%... 1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 기록
흥국생명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번복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제공.
기업어음(CP) 금리가 연고점을 경신하며 5%에 육박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신용 불안이 더해지면서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CP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단기자금의 바로미터로 보고있는 중요 지표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CP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03%p 오른 연 4.97%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월 15일(5%)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지난달 23일 금융당국은 50조원+a 유동성 지원조치를 발표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CP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섰고 이번주는 여전채 매입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달 1일 5대 금융지주 간담회에서는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책이 논의됐다.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 10조원 등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중심 50조원+a 정책과 은행들의 95조원 유동성 대책이 동원됐음에도 외형적인 채권시장에 변화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자금여건이 어려운 CP와 여전채 스프레드는 정책 시행 이후에도 우상향 기조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봤다.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이슈도 채권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윤 연구원은 “지난주 보험사들이 5년 전에 조달한 신종자본증권과 관련해 콜옵션 행사를 하지 못함으로써 조달 여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이벤트가 더해졌다”며 “정책당국의 인정으로 행해진 조치임에도 다시금 신용시장의 신뢰도는 흔들렸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미행사하기로 하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한국물 가격이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했다. 파문이 크게 일자 금융당국은 압박에 나섰고 흥국생명은 행사일(9일)을 이틀 앞 둔 7일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번복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 대응보다는 근본적으로 자금시장의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CP 시장에서 유동성 지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충격 없이 잔액이 조정되기는 어려운 환경인 만큼, 자금시장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채권시장에 산재된 리스크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