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긴축기조 유지해 인플레 낮추는 게 우선과제”

러-우 전쟁, 美 긴축 가속화로 에너지 가격 급등
은행 예금금리 급등...비은행부문 자금환류 과제
美-中 갈등으로 분절화...韓 수출에 구조적 역풍

이 총재는 이날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 2022’에서 “한은 총재에 취임한 4월을 전후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빠르게 악화해 현재는 고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주요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전망은 체계적인 오차를 나타냈다”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상승했고,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원화가치 절하와 함께 에너지 가격이 추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인플레이션이 올해 1월 3.6%에서 7월 6.3%로 상승했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이 총재는 “하반기에 에너지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에너지 수입가격의 책정이 주로 미 달러화로 이뤄져 원화가치 절하가 에너지 가격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 및 가스 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음에 따라 예측하기 어렵다”며 “또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강세를 예상하긴 했으나 9월 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과 중국이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원화가치 절하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며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긴축기조가 지속함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의 위험도 한국경제가 당면한 도전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중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국제적 리더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공조와 협력적 경쟁 관계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며 “분절화로 인한 무역과 글로벌 성장의 약화는 모든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 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 성장과 안정’을 주제로 3개 세션에서 논문 발표 및 토론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