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입금 후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 계좌 지급정지
온라인에 계좌번호 공개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노려
금감원 11월4일까지 '보이스피싱 사이버 체험관' 운영
"전문 용어 등을 섞어가면서 심리적으로 압박 특징"
◆…필리핀을 거점으로 하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2022.9.2 사진:연합뉴스
#. A씨는 최근 은행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이용계좌로 신고접수돼 지급정지(계좌 동결) 됐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확인해보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15만원을 입금한 내역이 있었다. A씨는 은행에 입금자에게 돈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은행에서는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을 수도 있어 지급정지할 수 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 B씨 일당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 계좌에서 범죄수익금을 빼돌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계좌로 범죄수익금을 보냈다. 보낸 사람 이름에는 텔레그램 아이디를 적었다. 뒤늦게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금융기관에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했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지급정지를 풀기 위해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했다. B씨 일당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8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최근 유행하는 이른바 ‘통장 협박’(통협)이라는 피싱 수법이다. 피해자 통장으로 소액을 입금한 사기범들은 경찰에 보이스피싱이라고 신고해 계좌를 지급정지시킨다. 이후 사기범들은 계좌가 묶인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면 신고를 취소해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가 곧바로 지급정지되는 보이스피싱 피해구제제도를 악용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구제관련 제도는 금융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소송 절차 없이 신속하게 피해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를 우선시하는 제도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그동안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대상으로 하던 통장 협박이 최근엔 영업상 온라인에 계좌번호를 공개한 자영업자·소상공인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 입출금을 해야하는 자영업자나 법인 입장에서는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현재로써는 계좌번호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예방 방법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경찰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점점 교묘해지고 다양화되는 피싱 범죄가 기승하자 금융감독원은 10개 금융협회·중앙회와 공동으로 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보이스피싱 사이버 체험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체험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메신저 피싱 모의 체험, 보이스피싱 대처유형 테스트, 그놈 목소리 체험, 유튜브 상영관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임연준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총괄팀 조사역은 11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범죄 수법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쉽게 피싱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연변 말투의 어눌한 남성 목소리가 아닌 요즘은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용해서 피해자의 불안감 및 의심을 해소하거나 낮은 톤에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서울 표준어를 사용한다"며 "전문 용어 등을 섞어가면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 조사역은 "금감원 보이스피싱 예방 슬로건 중에 '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하고'라는 '쓰리(3)고'가 있다. 전화가 오든 지인을 사칭하는 메신저가 오든 '진짜 지인인가' 아니면 '진짜 검찰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끊거나 메신저를 삭제한다. 그 이후에 URL이 들어 있는 메시지가 온다면 바로 삭제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끔 사기범을 조롱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곤 하는데 개인적인 대응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사기범에게 노출된 본인의 개인정보로 추가적인 신규 계좌가 개설된다거나 아니면 대출이 실행되어서 본인이 소유한 금액보다 더 큰 피해 금액이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