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보증 ABCP 1.1조 만기 앞둬... 레고랜드 사태로 투자심리 경색
대형사 발행어음 대폭 확대...미래에셋 10배 급증
금융당국 1.8조 유동성 공급책...직접 매입도 허용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제공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자 금융투자업계의 자금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내놓은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도 발행어음 규모를 키우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등급 PF-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는 1조5226억원 규모다. 이중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물량은 1조1244억원(73.5%)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신규채권을 발행해 기존채권을 상환하는 ‘차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 증권사가 물량을 자체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의 자금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은 발행어음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작년말 8조3719억원에서 지난 9월말 12조1990억원으로 45.7% 늘었다.
같은 기간 KB증권(6조7844억원)과 NH투자증권(5조4000억원)의 잔고는 각각 51.6%, 58.8%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4조4232억원)의 경우 10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KB증권은 연 6% 약정식 특판 발행어음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는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연 8%대 특판 발행어음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사들은 자체적인 조달로 차환 발행이 원활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부 중소형사의 저신용 ABCP가 문제인데 제2 채안펀드가 1차 안전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중소형사가 보증한 A2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발표했다. 당초 9개 대형사가 4500억원 규모로 중소형사 ABCP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산업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을 합류시켜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되, 매입상황을 보아가며 A1 등급으로 대상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부실자산 전가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시장경색에 따른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9일 증권사가 자체 보증한 ABCP 직접 매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권해석도 내렸다. 이를 통해 대형 증권사가 유동성 고갈 상황에서 헐값에 PF-ABCP를 처분할 필요 없이 자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