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도어스테핑 중단… MBC 탓하며 다른 기자들과 이간질 의도"

탄압 MBC 집중된 배경… "내년 임기 끝나는 현 사장 이후 MBC 장악 노림수"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에 대해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대통령실이 중단의 원인을 MBC 탓으로 돌리면서 취재가 필요한 다른 기자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동훈 협회장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진행자가 'MBC 기자의 질문이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 아니라 일단 무례하고, 난동에 가까웠다는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MBC 보도에 대해) 악의적이라고 한 것에 대해,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물어본 것"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이) 대답을 안 하고 돌아서서 갔기 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이어 "MBC 기자와 통화를 했다"면서 "그 기자 얘기로는 마치 군사정권처럼 굴복해라, 무릎을 꿇어라, 이런 뉘앙스를 받았다고 한다"며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다는 얘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진행자가 '대통령실에서 MBC 기자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해서 운영규정을 기초로 해서 출입기자단, 특히 간사단에게 기자단운영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한다'며 징계 요청에 대한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협회장은 대통령실이 출입 기자를 독자적으로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면서 "사실 대통령실이 직접 출입기자단 간사단에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는 것도 처음봤고, 물론 과거 정부에도 기자단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도 이따금 있긴 했지만, 예를 들어 엠바고 파기를 기자단이 인지하지 못했을 때 해당 매체가 엠바고를 깬 사실을 알려주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도 기자 생활 27년 차지만, 출입처 해당 기관이 징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대통령실의 징계 요청 부분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진행자가 '출입기자단은 (대통령실의 징계 요구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입장이라고 했는데, 이 결정에 대한 평가'를 묻자 김동훈 협회장은 "기자들이 MBC와 대통령실의 갈등인데, 여기에 끼어들면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사실 입장을 내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과거 기자실 안에 선후배 관계가 굉장히 위계질서도 엄격하고, 또 기자가 어떤 불이익이 생기면 선배 기자들이 나서서 막아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매체수도 많아지고, 기자들의 연대의식도 많이 옅어져서, 속으로 울분은 있지만 단체행동으로 표출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MBC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가 나왔을 때 기자단에서 투표를 했는데, 29:6으로 부당하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기자들의 민심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백번 양보해서 MBC 기자의 어떤 태도를 문제 삼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왜 도어스테핑 중단 선언으로 연결이 되는 걸까요, 이 점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김 협회장은 "저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도어스테핑 중단 원인을 MBC에 덮어 씌워서 도어스테핑을 원하는 많은 기자들로 하여금 불만을 야기하는 이른바 이간질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협회장은 "어제 기자협회에서 긴급성명을 낸 것도 기자들 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유독 MBC에 대해 (대통령실의 견제나 탄압이) 집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 배경이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협회장은 "여권이 공영방송의 민영화, 결국은 대통령 욕설 보도를 빌미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이어서 국세청이 MBC에 대해서 무려 52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이라는 사람은 기업에게 MBC한테 광고주지 말라, 이렇게 노골적으로 압박을 하고, 이런 모든 것들을 보면 결국은 사장 교체기에 있는 공영방송 MBC를 먼저 장악하겠다라는 노림수가 아닌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2008년의 기시감이 든다"면서 "2008년에는 KBS가 타깃이 됐다.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서 국세청, 감사원, 검찰, 경찰까지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을 했다. 결국 정연주 사장 다 무죄와 무혐의 나왔다. 결국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이겼는데, 그랬지만 이미 정권은 끝난 다음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협회장은 "국세청의 어떤 압박은 그런 시도라고 보고 있고, 이거 말고도 MBC에 대해서는 계속 불공정 프레임을 씌워가지고 사장 교체기를 앞둔 MBC를 먼저 장악하겠다는 어떤 노림수가 아닌가, 저희 언론단체들은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주말 동안 도어스테핑이 진행되는 출입구에 가벽을 세워 아예 출입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