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폐지 경고에…민주 "尹정부, 협박 중단하라" "시진핑과 똑같은 인식수준"

더불어민주당은 1일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안전운임제 폐지, 유가 연동 보조금 제외 등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협박을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를 완전 폐지하고, 유가 연동 보조금도 제외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해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운임제를 파업을 이유로 폐지할 수 있다니 황당무계하다"며 "한마디로 정부의 말 잘 들으면 놔두고 안 들으면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정부가 어떻게 제도의 존폐를 협박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나. 사기업도 이렇게 멋대로 운영하지는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는 제도를 언제든 마음대로 거둬들일 수 있는 시혜, 제도의 폐지를 정부의 방침을 어긴 벌칙으로 여기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제도의 존폐를 걱정하며 정부의 심기를 살펴야 하나. 국민을 모셔야 할 정부가 국민을 협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며 "정부가 노동자의 생존권적 요구를 묵살하는 것도 부족해 제도의 존폐로 협박을 일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협박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과 노동자는 인신구속으로 협박할 대상이 아니다. 국가운영도 검찰총장 하듯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화물운송 노동자도 국민이다. 국민을 이렇게 협박하는 정부를 처음 본다"고 비난했다.

이어 "전날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노동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말았다"며 "정부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노사 자율을 강조했지만 그 자율은 노동자에게는 목숨을 건 생존경쟁과 다름없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며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협약을 단 한 번이라도 읽고 그에 걸맞게 행동해 주길 거듭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시진핑과 똑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 수준'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필요한 건 협박이 아니라 협상"이라며 장외에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폭력적인 불법행위로부터 질서회복과 폭력중단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이 발언은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향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라며 "가혹한 검열과 자유탄압에 항의하는 백지시위 속에 퍼지는 'A4용지 판매가 금지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놀랍다"며 운을 뗐다.

이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불법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에 이어, 파업을 하니 유가보조금도, 안전운임제도 아예 없애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다시 놀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도 끝내 못 막는 것이 바로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향한 요구이고 투쟁"이라며 "연중무휴 운행, 하루 14~16시간 일하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그저 자신의 삶에 대해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자기 삶에 대해 호소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짚었다.

박 의원은 "그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면, 왜 그들이 일하지 않는 것이 불법인가. 업무개시명령으로 강제로 일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시민이지 노예가 아니다. 헌법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불법엄단'은 어느 정부에서나 하는 말이지만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는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아니다"라며 "항의하고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한 태도가 공산주의 국가의 시진핑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똑같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그러면서 "운수종사자를 향한 업무개시명령 제도를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작 단 한 번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지 않았다"며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와 타협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가보조금 지급 제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더해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하며 대응 수위를 한껏 높인 상황이다.

앞서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전날 총파업 이후 두 번째로 마주 앉아 교섭을 이어갔지만 끝내 결렬됐다.

교섭 1시간 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협상이라는 것은 없다"며 단지 '대화'에 그칠 뿐 협상 당사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원 장관은 "국토부와의 면담에서 진전이 없어 운송 거부를 한다는 식으로 억지 명분 만들기를 하지 말라"며 "화물연대 요구 사안에 대해선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통해 논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유가보조금은 화물 운송에 정당한 기여를 할 경우 제공되는 국가보조금"이라며 "걸핏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연대에 보조금을 줄 근거가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 사업자의 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정말 안전을 보장해주고 있는지 전면 실태조사를 하려고 한다"며 안전운임제의 전면 재검토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