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의사록 공개...만장일치로 25bp 인상
"과잉긴축, 금융시스템 취약성 자극 우려"
"물가안정 우선순위지만 시장이 감내할 수준인지 확인"
"물가상승압력 확대 경계할 단계는 지났다"
"내년 물가 상고하저 전망...금리인상 폭과 속도조절 기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베이비스텝(25bp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3.00%에서 3.25%로 높아졌다.
한은은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외환부문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p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다.
한은이 13일 공개한 ‘2022년 제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에 대응해 통화정책의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그 속도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긴축강도는 다소 약화하고 긴축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내 부문의 경우 수년간 누적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안정 간의 상충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과잉 긴축의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 목표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기조적 변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물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현 시장이 감내할 수준인지 확인해가면서 긴축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향후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위주의 통화정책 수단과 금융안정을 위한 시장 안정화 조치들을 상황과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C 위원은 “최근 물가가 유가, 원/달러 환율 등 공급 측면의 상승압력 둔화에도 근원물가 중심의 수요 측 요인에 의해 상승하고 있는 점은 정책대응을 늦추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잠재된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제때 대응함은 물론 레버리지 축소, 구조조정 등을 통한 위험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오름세에 대한 지나친 경계를 지양하고 향후 추가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D 위원은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중시해 내린 결론이지만 물가상승압력의 확대를 경계할 단계는 지났다”며 “실질소득과 구매력의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금융 불안의 전개 양상 및 그 파급효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 위원은 “올해 봄부터 수입물가, 생산자물가 등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8월 이후 소비자물가의 상승세도 일단 꺾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 효과, 4%대의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상용직 정액임금 상승률, 국제 원자재가격이나 환율의 재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고물가의 지속성에 대해 여전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을 감내하고 부동산시장 및 금융부문 조정을 겪어나가면서 이것이 시스템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제한적 선택만이 지금의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으로 보아 우리에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 위원은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에 따른 외환 부문의 불안 리스크가 잠재된 가운데 국내 신용시장 여건이 급속히 악화함에 따라 대외 금융안정과 대내 금융안정 간 상충관계도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 오름세의 기조적 둔화를 확인하기 이전에는 여전히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통화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내년 중 상고하저의 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가스요금 제외 근원물가가 하반기 이후 2%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현재의 전망이 유지된다면 국내외 경기 추이와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