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보안유지 지시'가 실제적인 '삭제 지시'인가?
朴, 보안유지 지시여부 묻자 "보안은 입에 달고 살아"
朴 "문건삭제, 국정원 서버에서는 가능... 처음 알았다"
朴 "文대통령 보고내용은 서훈·노영민 실장이 알 문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자료 46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오늘 아침 동아일보를 보면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도 (내가) 삭제 지시가 아니라 '보안을 유지하라'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이 노 전 비서실장에게 보안유지를 지시했는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보안유지 지시가 '실질적인 삭제 지시'를 의미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박 전 원장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를 받고 ▶오전 3시 노 전 비서실장에게 '국정원 내 통신첩보 관련 자료 일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파악했다. ▶박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 37분까지 국정원 첩보보고서 46건 등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비서실장 측은 '박 전 원장으로부터 보안지시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삭제 지시는 받은 바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노 전 실장이 보안유지 지시를 삭제 지시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에게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것을 봤지만, 제가 지금 얘기할 성질이 못 된다"고 말을 아끼며 "검찰은 '노 실장에게 제가 지시했고 노 실장이 (국정원) 정무직회의에 전달해 삭제했다'고 하는데 저는 삭제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실장에게 보안유지하라고 말했느냐'는 질문에도 "어제도 (검찰에서) 그런 질문이 있었지만, 우리 업무 전체가 보안이다. 여기서 조사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검찰에게 '증거인멸 기도했다'는 구실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보안 의무는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이건 절대 보안하세요', '다 보안하세요'라고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자신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했던 답변과 달리 "실제로 활용되는" 국정원 서버에서 문건 삭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PC를 쓰면 (국정원) 서버에 다 저장되니까 삭제가 안 된다'고 국민들에게도, 언론에도, 국회 정보위에서도 그렇게 답변했는데, 어제 (검찰 조사에) 들어가 보니 '데이터베이스에는 저장(삭제나 개정 불가능)돼 있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서버에서는 삭제나 개정, 고침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베이스 서버에는 (삭제한 자료도 남아)있고 나는 이 서버(실제 활용되는)는 존재하는 줄 몰랐다"며 "(검찰 조서에) '국방부 실무자들과 국정원 실무자들이 상호 연결해 삭제했다'고 돼 있고 검사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 나는 '(삭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 '삭제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자료는 있는데 제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이고 "(검찰이) 삭제됐다는 문건을 (조사에서)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검찰은 마치 제가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개수도 구체적으로 46건이라고 얘기하던데 (46건에는) 첩보 문건도 있고 보고서도 있다"며 "분명히 문재인 대통령께서나 서훈 안보실장,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를 저는 받은 적도 없고 제가 국정원 직원에게도 삭제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월 2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예방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등 당 지도부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NSC 회의(국가안전보장회의)를 문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적이 있고 그러한 얘기는 나왔지만 다른 말씀은 없었다. 그 결과(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를 서훈 전 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는 했다. 보고 내용은 저는 모른다. 서훈, 노영민 두 실장이 알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