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모여라"...주주연합, '지분 모으기' 앱 출시한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αCT)' 출시 예정
 
시총 2조원대 종목도 주주연합 노크...명칭 변경 검토
 
기관서 수수료 받아 소액주주에 무료 서비스 계획

“흩어진 개미가 모인다면 주식시장에 굉장한 변화를 가져올 거라 본다. 개미가 뭉치면 기관만의 전유물인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과 M&A(인수합병)도 할 수 있다. '액트(αCT)'는 소액주주운동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이상목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 대표는 14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주연합은 DB하이텍, 풍산, 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후성, 카카오게임즈, NHN, 현대모비스 등 8개 종목 투자자들이 힘을 합친 비영리단체다.

이 대표는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자문위원, 스타트업 컨두잇 대표를 겸하고 있다. 그는 개별 종목의 문제를 주식시장 전체의 문제로 확장하고, 기관만의 전유물을 개인도 넘볼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아 주주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한 인증 기반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αCT)'를 이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주주연합은 어떻게 결성됐나.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은 DB하이텍, 풍산, 한국조선해양으로 시작했다. 물적분할 포기 공시를 이끌어낸 뒤 다른 종목들이 합류해 8개가 됐다. 원래는 별도로 카페를 만들었는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나 물적분할 등 공통 이슈를 이곳저곳에 올리다 보니 트래픽이 분산되더라. 그래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카페 이름을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으로 변경해 7개 종목을 흡수 통합했다. 아무래도 주주연합으로 활동하는 게 개별 종목만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로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8개 종목인데 추가 계획이 있나.

도와달라는 곳은 많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거절해왔다. 최근 시가총액 2조원대 종목 몇 군데서 간곡한 요청을 받아 검토 중이다. 15개 정도로 늘어날 것 같다. 물적분할 이슈와 무관한 종목들이 있는 만큼 이름을 바꿀까도 생각 중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 주주연합’ 같은 식으로 이름을 바꾸면 공감대 형성에 도움도 되고 연합의 정체성과 맞지 않을까 싶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내용증명을 발송한 이유는.

물적분할 반대는 국민 전체의 문제다. 국민연금은 웬만한 주식을 다 갖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노후자산이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된다면 전 국민의 노후자산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주주연합과 힘을 합쳐 자회사 중복상장 반대, 분기배당 등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최근엔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활동이 많던데.

지금 시장은 금투세 이슈가 너무 커서 다른 얘기는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소액주주 운동 안 하고 엄한 데로 빠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12월말 기준 주식을 모아야 하는데 동력이 생길 수 없는 상황이다. 금투세 이슈부터 확실하게 해결하고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금투세 유예와 대주주 기준 상향이 이뤄져 시장 분위기가 좋게 형성되면 주주연합 공지를 하려고 생각 중이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액트’를 출시하는 이유는.

앱은 카페보다 스케일업이 쉽다. 대주주가 횡포를 부리는데 소액주주들은 흩어져 있다. ‘액트’가 소액주주운동의 중심지가 되면 네트워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흩어진 개미가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식시장에 굉장한 변화를 가져올 거라 본다. ‘액트’는 소액주주운동을 직접 주도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카페 활동이 앱으로 옮겨지나.

그렇다. 앱에서는 주식 수에 비례해 투표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생각이다.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거다. 출석체크 같은 가벼운 투표부터 주주총회 안건을 제안하는 투표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뉴스나 영상도 넣을 거다. 한투연 게시판도 만들어 금투세, 공매도 같은 공통 이슈에 뜻을 모으고자 한다.

-‘액트’의 수익원은.

소액주주가 아닌 기관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받을 생각이다. 우리 금융시장은 기관만의 판이다. 하지만 개인이 가진 주식을 합치면 10~20% 이상으로 기관 못지않다. 소액주주연대를 대표한다는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하게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고 보는데 대표적인 게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라고 본다.

-블록딜로 어떻게 수익을 내나.

블록딜은 대규모 지분을 미리 상의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기관 간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개인이 모여 3%, 5%가 되면 제법 크다. 지분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당연히 생길 거다. 대규모 지분을 사고 싶을 때 ‘액트’를 찾아와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는 식이다. 증권사에서 매칭하는 시스템만 개발하면 된다. 지금도 기관끼리 거래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증권사 시스템 개발이 안 되면 대안이 있나.

규모를 줄여서라도 할 생각이다. 50억, 100억 가진 개미는 많다. 소규모로 거래해보고 된다는 것만 검증되면 충분히 재밌는 현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소액주주 지분이 대주주보다 많아져 이사회를 장악하는 걸 꿈꾼다. 주주연합이 대주주에게 가서 동반 매각을 제안하는 거다. 일종의 평화적 M&A(인수합병)다.

-앱 진행상황은.

사실 다 만들었다. 지난주에 출시하려고 했는데 버그 문제로 늦어졌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보유한 핀테크 몇 곳과 접촉 중이다. 마이데이터 제3자제휴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소액주주운동 그 자체다.

-지분은 얼마나 모였나.

DB하이텍의 경우 7%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카페 가입 시 설문을 통해 보유 수량을 기입하도록 하는데 9월말 주주명부를 확인해보니 대부분 일치한다. 주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큰손도 많다.

-큰손을 앱으로 유입하는 게 일이겠다.

앞으로의 숙제다. 개인은 못 믿어도 큰 금융기관은 믿는 것처럼 ‘액트’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에서 시작된 주주연합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모든 주주가 ‘액트’를 믿고 동참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