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대통령실, 또 국회 협상에 어깃장…삼권분립 왜 있나"
"與, 대통령실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길"
김성환 "단독 수정안 카드 여전히 살아 있어"
"예산안 협상 결론, 법률적으로 12월 말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 중재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결국 다시 협상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리는 김 의장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밝히면서 극적 합의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듯하다 국민의힘이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며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두고 여당이 '용산(대통령실) 눈치'만 보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안을 수용했건만, '법인세 1% 포인트 인하 받으려고 지금까지 이러고 있겠느냐'며 예산심사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실이 또다시 국회 협상을 폄훼하고 어깃장을 놓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선진화법마저 무시한 채 정부여당은 '법정시한'과 '정기국회 회기', '의장이 정한 기한'까지 무려 세 번의 예산안 처리 시기를 놓쳤다. 국회가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그대로 따를 거라면 삼권분립은 왜 있고, 민주주의는 왜 하는 것인가. 여야 협치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을 지키는 것이 정녕 더 중요한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더 이상 여당이 대통령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며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국회가 매번마다 재가 받듯 해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이 이번만큼은 모든 결정 권한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김 의장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중재안을 제시했다.
먼저 민주당은 김 의장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의 중재안이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안에서 여야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쟁점이 있는 항목이 6~7가지 더 있다"며 "그걸 정리하지 않은 채 (중재안을) 받겠다, 안 받겠다 할 수 없는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 외에도 임대주택·지역화폐·기초연금·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예산 및 금융투자소득세 등 다른 쟁점에 대한 이견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춘다는 건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실질적 감세 효과가 없는데 국제적으로 직접투자 유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1%포인트 내려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그런 회의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민주당은 15일까지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할 경우 자체 단독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당 안팎에서 단독 수정안 강행이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단독 수정안 발의와 처리에 대해선 아직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수정 예산안을 단독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예산안을 정부 뜻대로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결시켜서 준예산으로 갈 수도 없다"며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이 수정안을 준비해 놓고 최후에는 그 카드를 쓰겠다고 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그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산안 협상 결론이 나는 시점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보면 12월 말일"이라며 "원래는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이었고 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이었고, 또 의장이 어제(15일)까지 하라고 해서 협상 시한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데 어쨌든 법률적으로는 12월 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이 법인세 (최고세율) 1% (인하)와 시행령 통치기구와 관련한 일종의 중재안을 냈는데, 그 중재안은 다른 쟁점 사안과 다 일괄타결하자는 게 전제돼 있다"면서 "그 세부사항은 아직 협의가 안 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오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협의를 해봐야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취지가 그 두 가지 합의를 전제로 나머지를 하자는 얘기인지 또 다른 걸로 꼬투리 잡아서 예산안을 계속 뒤로 미루자는 건지는 오늘 협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