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고발 사주' 관련 검찰 컴퓨터 25대 포맷 이유 밝혀야

'고발 사주' 수사 검찰, 보고서 조작 의혹… 공수처, 수사 착수

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된 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25대의 컴퓨터 자료를 통째로 지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2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된 날 통째로 지워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25대의 컴퓨터 자료에 대해 검찰은 입이 있으면 해명해 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어 "검찰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불과 10여일 전 새로 교체된 PC들이 고발사주 의혹 보도 직후 포맷된 것을 공교로운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자료 삭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수사 대상이었던 임모 검사는 이미 자신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해 증거 인멸 의심을 산 바 있다"며 "면담 보고서 조작, 초기 수사팀의 잠정결론 뒤집기도 부족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팀은 물론이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 조작 수사의 뒤에 많은 이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토록 조직적으로 검찰이 가리려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습니까? 김웅 의원의 불기소를 위한 짜 맞추기 수사 뒤에 숨어있는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는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조직적인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고발 사주 관련 검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해 공수처가 철저한 수사로 고발 사주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미디어스의 전혁수 기자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고발 사주와 관련해서 포렌식 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렀는데, 검찰의 보고서가 문답 형태로 작성돼 있었는데 증인이 사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답변하면서 이 보고서가 허위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이와 관련해 공수처에 고발을 했고,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 수사3부(김선규 부장검사)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이희동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 검사가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기소 의견으로 이첩한 김웅 의원 사건을 수사하던 올해 8월 서울중앙지검 포렌식 전문 수사관 A씨를 사무실로 불러 면담했다.

면담 뒤 작성된 1쪽짜리 보고서(Q&A 형식의 보고서)에는 고발장 등이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손을 거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까지 전달될 수 있는 4가지 경우의 수가 담겼다.

A씨가 파일 생성·전달 과정에 제삼자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손 검사가 최초 전달자가 아닐 수도 있고, 최초 전달자라고 해도 그 파일을 작성한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그러나 A씨는 이달 5일 손준성 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면담 과정에서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처럼 말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전혁수 기자는 "손준성 검사 측이 자기에게 유리한 증인인 줄 알고 A씨에게 물어본 것"이라며 "(이희동) 검사님이 물어본 사실이 있느냐, 너(증인 A씨)는 이렇게(보고서에 쓰인 내용처럼) 대답했느냐"고 물었는데, "증인이 자기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해 법정에 있는 기자들과 변호인들 모두 당황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당연히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보고서가 설마 거짓말로 작성했을까 의심하지 않았는데, 문답 형태로 작성된 보고서가 허위였던 것"이라며 "검찰이 법정을 상대로 사기(허위공문서 작성죄)를 친 것"이라고 법정에서의 증인 신문 과정을 전했다.

이 밖에도 조성은 씨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저는 (검찰에서의 증언 내용을) 풀지도 않았는데 자꾸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공수처는 박기동 차장도 같이 수사하셔야 할 것 같네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거기(박기동 차장)가 사건 관련 최종 지시자, 권한자라고 하시더군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분도 면담 내용 조작해서 허위보고서 만들어서 처분 내리고, 습관은 못 고치는 걸까요"라고 꼬집었다.

한편 검찰은 면담 내용에 기반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게 맞고, A씨가 기억 착오로 일부 잘못된 증언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의 취지는 전달 경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보고서에 담긴 의견이 불기소 결정문에 그대로 반영된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