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재원 출연, 신용위험 통제, 운영절차 매뉴얼화 강조
신용위험 절연시킬 기금 없어...대안 마련 필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민국, 김종민, 김한규, 민병덕, 박성준, 박용진, 배진교, 소병철, 송석준, 오기형, 황운하, 양정숙의원 공동주최로 ‘자금경색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상황 점검 및 향후 대응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부은 가운데 금융시장안정화기구를 운영하는 한국은행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한국은행에 시장안정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금경색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상황 점검 및 향후 대응방향’ 토론회에서 ‘자금경색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상황 점검 및 향후 대응방향’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강민국, 김종민, 김한규, 민병덕, 박성준, 박용진, 배진교, 소병철, 송석준, 오기형, 황운하, 양정숙의원이 공동주최했다.
황 위원은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으로 시장금리 상승과 신용스프레드 확대 등 기업자금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28일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채권시장에서 급격한 자금경색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10월 23일 50조원+a 규모의 시장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이 담겼다. 한국은행도 10월 27일 42.5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방침을 발표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단기금융시장의 불안은 이어졌다. 91~180일 기업어음(CP) 대표수익률은 10월 21일 6.39%까지 급등했다가 이달 15일 4.65%로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59일 이하물은 10월 21일(4.33%)보다 높은 6.14%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 위원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 운영의 핵심요소로 대규모 재원의 신속한 출연, 적절한 신용위험의 통제, 매뉴얼화된 운영절차를 들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민간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완화할 장치가 미흡하다”면서도 “재원 마련을 민간금융회사의 출연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완화하고 시장안정의 혜택을 받는 주체가 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위기상황에서 금융회사들 스스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금융회사의 자금출연에 대한 신용위험부담이 충분히 제거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책금융기관에 의해 신용위험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부담하더라도 신용위험의 일부가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에 있어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황 위원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과 협력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행 한국은행법상 한국은행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설립할 권한이 없으며 SPV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행 대출도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연준법에 의해 중앙은행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운영 권한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다”며 “한국은행에 시장안정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한국은행법 개정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신용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이를 해결할 재원이 확보됐음을 시장에 인식시켜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재원을 출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용위험을 절연시킬 수 있는 기금의 존재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