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최악의 늑장 처리…'일몰법' 두고 2차전 예상

법정기한을 넘긴 지 20일 만에 여야가 예산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23일 밤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다. 여야는 오는 28일 일몰법안 처리도 앞두고 있는데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늦은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날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번 새해 예산안은 9년 만에 가장 늦게 처리된 예산안이다. 현재까지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는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전인 2012년 말이다. 국회는 2013년 예산안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1월 1일 새벽에 처리했다.

이후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됐다. 법안 도입 후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여야 원내지도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역대 최장 지각' 불명예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양당 모두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예산안 하나 처리할 수 없고 항목 하나하나 민주당 동의를 받아야 했다"며 특히 "지역화폐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아 1원도 편성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역화폐 예산 7050억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오래 끌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강원도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정부여당이 주장한 법인세 감세 등으로 대규모 세수 감소가 발생하고 민생 재정 확보는 어려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인세 감세를 주장한 정부여당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예산안 문턱을 넘었지만 일몰법안 처리가 남았다.

전날 여야는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하며 오는 12월 31일로 일몰되는 법안 개정안 중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근로기준법 ▷한국전력공사법과 한국가스공사법 등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법안 모두 여야가 '연장 혹은 폐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만큼, 합의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의 경우 앞서 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국토위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폐지 후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예산안 합의문 발표 직후 일몰법안 처리와 관련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용까지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일몰법이 (28일 처리 법안으로) 다 들어갔지만, 여야 합의가 돼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