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가운데),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7년 10월 1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대통령 관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다"(Time is not on Ukraine’s side)라는 제하의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문에서 "지금 당장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전투와 파괴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5∼2009년 국무장관을, 게이츠 전 장관은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06∼2011년 국방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이들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통제에 두거나 독립국으로서의 그 나라를 파괴하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면서 "푸틴은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는 것을 그의 역사적 운명, 메시아적 사명으로 믿으며 우크라이나 없인 러시아 제국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우린 (재임기간 중) 여러 차례 푸틴을 상대했고 그가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그는 우크라이나를 꺾을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단결과 지원이 결국 금이 가고 깨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푸틴에게 패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을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가 올해 군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흑해 연안의 나머지 지역을 장악하고 돈바스 지역 전체를 통제한 다음 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새로운 공세를 위한 출발점인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계속 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장악한 이후 이번 침공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운명을 이루려는 푸틴이 인내심을 가질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전 장관과 게이츠 전 장관은 또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대응은 훌륭했지만, 나라 경제는 혼란에 빠졌고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으며 국가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농경지를 비롯한 산업시설은 여전히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다"고 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군사 능력과 경제는 서방, 주로 미국의 생명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며 "돌파구와 러시아군에 맞선 성공 없인 휴전 협상을 위한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압박은 군사적 교착이 수개월 지나며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어떤 협상에 의한 휴전도 언제든 침공을 재개할 수 있도록 러시아군을 강력한 위치에 둘 것이고,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전 장관과 게이츠 전 장관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피할 유일한 방안은 러시아의 새 공세를 저지하기에 충분한 군사물자 제공을 미국과 동맹이 급격히 늘리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지금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추가적인 군수품, 무엇보다 기동 장갑무기를 제공하려는 미국과 동맹의 결정"이라며 최근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 제공 결정을 환영했다.
다만 "미국이 에이브럼스 탱크를 보내는 것과 관련해선 물류상 어려움이 있어 독일 등 동맹이 이런 필요품을 채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경량 탱크인 브래들리 장갑차 지원을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화력이 더 강력한 M1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장거리 미사일, 최첨단 드론, 더 많은 정찰·감시 능력을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이 연루된 싸움이 아닌데도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이미 1914년, 1941년, 2001년에 국제 질서에 대한 정당하지 않은 침략과 공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결국 미국의 안전이 위협받고 국제 갈등에 휘말렸다"고 했다.
이어 "지금 미국 등 전 세계 경제는 푸틴의 공격으로 이미 인플레이션 영향과 성장 저해를 겪고 있고, 미국과 나토에 더 많은 게 요구되기 전에 지금 그를 멈추게 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직접적 충돌을 피하겠다는 바이든 정부 결정에 동의한다"면서도 "대담해진 푸틴은 그런 선택권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방법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너무 늦기 전에 이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장관은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던 1941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미국 의회를 방문해 "여러분의 돈은 기부(charity)가 아니라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