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금융노조 "경찰에 업무방해 고소할 것"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업무방해 고소 이후 가처분신청"

"30분 단축근무 폐지하면 업무강도 심해"

주요 시중은행이 1년 반 만에 영업시간을 정상화한 30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시간 환원이 고객 불편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노사는 2021년 7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은행 영업시간을 한시적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9시~4시에서 9시30분~3시30분으로 1시간 짧아진 것이다.

노사는 2022년 산별교섭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루기로 했지만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논의에도 진척이 없자 사측은 일단 영업시간을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이는 금융산별 노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용자 측에 대한 고발과 진정이 가능하다는 법적 해석을 법률자문으로부터 받았다"며 "데이터가 축적되면 가처분 신청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소 대상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또는 그 대표(은행연합회장)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조는 "금융산업의 노사관계도 있고 지부의 개별 노사관계도 있는 만큼 처벌 대상을 확대할 의사는 없다"며 "우리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만 인정받으면 충분하다. 법률자문 측과 상의해 조치한 이후 알리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과 법적 시비를 다투는 한편 대화도 이어갈 방침이다. 노조는 "영업시간만 환원한다고 해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6.5시간 근무 유지, 점포 유지, 고용 확대 등을 주장했다.

노조는 "실내마스크 의무 착용 기간 중 시행된 영업시간 단축은 급감하는 점포 수와 고용 총량 속에서 남은 은행원들이 노동강도를 버틸 수 있던 '숨통'이었다"며 "사라진 은행 점포와 은행원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결코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코로나 기간 중 30분 단축근무로 영업점 직원의 초과근로가 소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고객당 응대 시간이 길어졌고, 마감 직전 방문하는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초과근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개점시간을 늦추면 폐점시간을 늦출 의향이 있는 질문에는 "저희 제안은 6.5시간 영업"이라며 "노조는 9시30분~4시 영업하는 절충안과 함께 점포별 자율적인 영업시간 설정 등 대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이 모두 거부했다"고 답했다.

점포 유지와 고용 확대에 대해서는 "매년 사측에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력하겠다'는 선언적 문구로 합의될 뿐"이라며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있겠느냐'라고 발언했다.

노조는 "노사간 교섭을 정부나 금융당국이 무슨 권한으로 무엇을, 어떻게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금감원장으로서 권한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나 노조 혐오에 기인한 노조 협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