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행동주의펀드 맞서 경영권 방어책 마련 필요성 대두

전경련-법무법인 광장 공동 세미나

"행동주의펀드 공격 노골화 예상...상시대응 플랜 구축해야"

상법 개정 여파 지속...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대응 필요성

김수현 연구위원(법무법인 광장)은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법무법인 광장이 공동 개최한 '2023년 기업경영 법·제도 리스크 점검 세미나'에서 "올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공격이 더욱 노골화되고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은 기관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공격에 대한 상시 대응 플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은 3년새 6배 증가해 'K-액티비즘'이라 할 만큼 활발했다"며 "최근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어 내년, 내후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해 '정의로운 수호자, 개혁자' 이미지로 거듭나려고 굉장히 노력 중"이라며 "일부 펀드는 공모펀드를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하는 만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보편화되면서 일반주주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합리적이라면 지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공격이 있기 전에 미리 행동주의 펀드 관점에서 사전에 진단하고 검토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권 행사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며 "기관투자자와 소통하며 우군으로 삼으려는 노력,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과 동향을 살피고 연구하는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찬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역시 "감사위원 분리선임제가 도입됨에 따라 이사회에 진출하려는 소수주주와 이를 막고자 하는 경영진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규모 상장사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최소 1인을 '이사 선임 단계'에서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해야 하는 제도로 2020년말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선임 단계'에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경영진에 유리했으나, 그 이전 단계인 이사 선임 시부터 '3%룰'이 적용되면서 소수주주가 원하는 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수주주가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의 건을 특정해 제안한다면 회사는 이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홍 변호사는 "이사와 감사위원,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의 건이 각각 별개의 안건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소수주주가 특정인을 특정 지위에 선임하는 안이 충분히 가능해진 만큼, 회사는 주총 목적사항으로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임장 심사를 통한 주주총회장 입장 차단 시도에 대한 판례도 소개됐다. 소수주주 대리인이 위임장 원본을 제출했을 때 회사가 대리권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적법한가에 대해 법원은 '위임장 원본 제시만으로 대리인 수여 사실을 증명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홍 변호사는 "해당 회사는 공격자 측에만 추가서류를 요청한 것이 문제였다"며 "우호세력과 반대세력에 동등하게 추가서류 제출을 요구했다면 결론이 같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배당액 수정 동의에 대해서는 "감액이나 소폭 증액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가 장기투자를 위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주총 현장에서 소액주주가 고액배당을 요구한다면 원안과의 동일성을 벗어나거나 불참주주의 예측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