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내정자의 최대 해결 과제는... 노조 및 내부 직원 '반발 잠재우기'
우리금융 지배구조 상 최대주주는 우리금융·은행 우리사주조합(약 10%)
노조 "任, 어떤 혁신안 가져오더라도... 반대 강경대응 기조 변함없어"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그룹 차기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내정했다. 우리금융 노조는 '출근저지'를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사진=우리금융 제공 사진 합성］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위원장을 지낸 외부인사와 현 우리은행장 등 내부인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 3일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가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밝혔다.
임추위 위원들은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도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내부출신보다는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외부인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임 전 위원장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후 입장문을 통해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자신이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민영화를 추진했던 우리금융의 최고경영자가 되어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금융 노조와 내부직원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그동안 우리금융 노조는 임 후보자에 대해 '금융 관치 논란'을 언급하며 본점 1층에서 연이어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영업중단'까지 밝히며 임 후보자의 출근저지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봉수 우리금융노조 의장(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임종룡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도전은 모순의 극치"라며 "(임 전 위원장의 회장 선임을) 막기 위해 영업을 중단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고 공표한 바 있다.
또한 내부직원들도 민간금융회사로 거듭난 우리금융 인사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Data Analysis, Retrieval and Transfer System)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최대주주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이 전체 지분 각각 5.55%와 3.93%로 보유함으로써 양 사주조합이 9.48%(2022년 5월 기준 9.80%)를 가졌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8.88%로 2대주주다.
그 외 민영화를 위해 매각한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로서는 사모펀드인 IMM PE 5.57%, 유진PE 4%를 보유하고 있고, 푸본생명 3.97%, 한국투자증권 3.77%, 키움증권 3.73%, KTB자산운용 2.3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 1%, 두나무 1%, 예금보험공사 1.29%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에서 최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은 그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부 출신 후보인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을 강하게 지지해왔다.
임직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23년만(2021년)에 이룬 완전 민영화를 또다시 모피아(MOFIA·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올드보이 귀환’의 기회로 전락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강한 반발인 셈이다.
임 후보자의 차기 회장 내정은 우리금융 민영화 달성 후 회장에 오르는 첫 관료 출신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3월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오르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임 후보자가 입장문에서 밝힌 바대로 어떤 ‘조직혁신’과 ‘신기업문화 정립’ 방안을 가지고 노조와의 만남을 가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임 내정자가 얼마나 설득력 있고 진실성 있는 개혁 방안을 들고 오는지 지켜보겠다"면서도 "기존 (회장 반대)기조에서 바뀌는 부분은 없다. 당연히 출근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고소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내정자에 놓여있는 최대 과제는 무엇보다 어떤 방식과 콘텐츠로 노조와의 의사소통을 전개해 나가느냐로 보인다. 최초의 만남에서 노조 설득에 실패할 경우 이후 행보에도 상당한 난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