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금호 임원 징역 2년·공정위 직원 1년6개월 선고
법원 "공문서 허위 작성에 증거인멸까지…사법권 행사 지장"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공정위 직원에게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며 돈을 건넨 전직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17일 뇌물 수수·증거 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공정위 직원 A씨(53)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수년간 돈을 주고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게 한 윤모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상무(50)는 뇌물 공여·증거 인멸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4부터 2018년까지 윤 전 상무로부터 400여 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금호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 중 그룹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공정위 현장조사 일정을 미리 주고받기도 했다.
또 윤 전 상무는 브로커 등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이 광고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며 회사 자금 1억 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8월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법인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에는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관련 수사 과정에서 A씨와 윤 전 상무의 부정 거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금호그룹 임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뇌물을 주고 받으며 단속 정보를 공유하고 형사 사건의 증거도 인멸했다"며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한 점에서 책임이 중하고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A씨에 대해서는 "형사사건 증거자료를 직접 인멸하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뇌물을 수수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