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운 "SVB 파산, 연준의 은행감독 실패 영향"

"美 정부·연준, 시스템리스크 막고자 적시 조치"

"은행의 위험흡수능력 강화조치 필요성 부각"

"SVB 파산, 특화은행 한계 때문 아냐...은행 과점구조 완화와 별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은행감독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정부와 연준은 은행의 파산을 막지는 못했지만 은행의 파산이 확산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적절히 실행한 것으로 평가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SVB를 포함한 일련의 미국 은행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선임은 SVB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보유자산과 예수부채간의 뚜렷한 만기불일치와 투자자산의 집중화', '미국 연준의 은행감독 실패'를 제시했다.

SVB는 상당히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운용자산의 중심은 미국 장기국채에 있었다. 황 선임은 "모든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투자원칙은 은행의 자산관리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분산투자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비용은 너무나 컸다"고 말했다.

연준의 책임론이 부상한 배경에는 2018년 제정된 경제성장, 규제완화 및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EGRRCPA)이 있었다. 이에 따라 연준도 자산규모 2500억달러 이하 은행에 대한 감독을 완화된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예측가능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전환했다.

황 선임은 "완화된 기준의 적용은 자산구성의 변화를 통해 SVB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인해 SVB의 건전성 관리체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이 파산이라는 비극적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폰뱅킹과 SNS사용의 일상화는 SVB 파산을 가속화했다. 황 선임은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속도를 경이적으로 증가시켰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SVB의 파산에서 뱅크런이 일어났던 이달 9일 하루 동안의 예금인출은 무려 420억달러에 달했다. 황 선임은 "은행의 모든 예금이 인출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으며, 뱅크런으로 인한 은행 파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반나절이면 충분한 시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황 선임은 SVB 파산이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해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이 위기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예금전액 보호와 은행에 대한 특별유동성공급조치(BTFP)는 예금자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완화함으로써 추가적인 뱅크런을 억제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유자산의 부실화로 인한 신용위험의 누적이 아니라 금리상승이 야기한 자산평가손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대 가능성을 줄이는 요소"라고 부연했다.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불가피... 패닉장세 가능성은 낮아"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시장금리, 환율 등의 시장지표에서 일부 가격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시장 추락 수준의 패닉장세를 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황 선임은 금융회사의 위험관리와 이에 대한 규제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부실화 위험,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대외로부터의 추가적인 충격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은행의 추가적인 위험흡수능력 강화조치는 그 필요성이 높다"고 봤다.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향후 금융회사의 파산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적 대응수단을 사전적으로 매뉴얼화시켜서 충격의 강도에 따라 신속히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 실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SVB 파산으로 특화은행 효용성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냈다. 황 선임은 "SVB의 파산은 특화은행 모델이 가진 한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SVB의 파산이 은행의 과점구조 완화 및 경쟁도 제고를 추진 중인 현재의 금융정책 방향에 부담요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와 경쟁도 제고가 상호 배타적인 정책조합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 은행 산업의 현 상황이 경쟁도 제고의 부작용으로 인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