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IB 선두 유지... KB, 대형사 유일 성장세

매수합병 한투, 인수주선 KB, 채무보증 NH 선두

조달비용 상승, 레고랜드 사태로 투심 악화

현대차·SK·BNK 등 중소형사 약진 '눈길'

지난해 IB(투자은행) 업무 수수료 수익은 한국투자증권이 매수합병 부문에서 업계 최고인 3223억원을 기록하는 등 총 5020억원을 벌어들이며 'IB 강자' 타이틀을 지켰다. 인수주선 부문에서는 1678억원을 번 KB증권이, 채무보증 부문은 2430억원의 NH투자증권이 각 부문에서 업계 최고 수익을 올렸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3개 증권사의 2022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IB 업무 수수료 수익은 4조7199억원으로 전년(5조678억원) 대비 6.9% 감소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37.7% 급감한 데 비해 하락폭이 양호했다.

상반기엔 IB 업황이 비교적 양호했으나 하반기 들어 자금시장 경색 여파가 증권사 IB 사업에 직격탄을 가했다.

시장금리 상승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조달비용을 높였고, 공사비 상승이 부동산 개발 수익성을 악화해 주택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거래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는 PF 시장을 넘어 여전채와 회사채 시장까지 경색시키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IB 업무 수수료 수익은 인수주선 수수료, 매수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합으로 산정했다. 인수주선 수수료는 IPO(기업공개)와 회사채 발행, 매수합병은 M&A, 채무보증은 부동산PF,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관련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IB 수익이 5020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매수합병 부문 1위는 유지했지만 인수주선 부문은 수익이 반토막났다. 16건의 IPO딜을 대표주관하고 14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업계 6위에 그쳤다.

메리츠증권의 IB 수익은 4811억원에서 4213억원으로 1년새 12.4% 감소했다. 인수주선과 매수합병 부문에서 각각 68.8%, 16.8% 많이 벌었지만 채무보증이 31.9% 줄어든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채무보증 1위 자리를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에 내어주고 3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하나뿐인 'IPO 대어' LG에너지솔루션을 잡은 KB증권(3421억원)은 대형사 중 유일하게 IB 수익이 7.4% 증가했다. 인수주선 1위, 매수합병 3위 자리를 지켜냈다. KB증권은 "대형 IPO 대표주관계약 등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국내외 부동산 및 부동산 외 우량자산 소싱 등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IB 수익이 3475억원에서 3320억원으로 소폭(4.5%) 감소했다. 채무보증 3→1위, 인수주선 5→3위로 올라섰다. NH투자증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물자산 투자시장 위축으로 인해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던 채무보증 수익이 증가했다"고 풀이했다.

하나증권의 IB 수익은 3690억원에서 2804억원으로 24% 급감했다. 채무보증 부문에서 NH와 하이투자증권에 밀려 4위에 자리했다. 하나증권은 "급격한 금리상승과 자금경색 심화로 투자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감소했다"며 "보유자산 매각과 손익정산에 집중해 자산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2237억원)과 삼성증권(2236억원)은 IB 수익이 각각 5.5%, 10.9% 하락해 6,7위를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채무보증에서 NH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올투자증권(1883억원)과 신한투자증권(1817억원), 현대차증권(1620억원)은 IB 수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며 10위권에 안착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진행 중인 딜의 안정적인 종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회복 시점을 대비해 다양한 상품을 지속 발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증권은 오토앤, 에이치와이티씨 IPO 인수에 참여하고 2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인수했다. 구조화금융의 경우 물류센터, 오피스 투자 등 투자자산 매각에 성공했다. 다만 다올은 인수주선으로 329억원, 종속기업투자로 205억원을 벌었지만 기타손실로 308억원을 까먹었고, 현대차는 기타부문에서 671억원 순손실을 냈다.

11위 SK증권은 IB 수익이 796억원에서 1461억원으로 83.5% 급증했다. 특히 채무보증 수익이 11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8.6% 늘었다. SK증권은 부동산PF 관련 투자지분의 매각차익을 통해 대규모 이익을 실현했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의 IB 수익은 1377억원으로 2.5% 감소율을 보이며 선방했다. 지난해 엘지에너지솔루션, 공구우먼, 수산인더스트리, 쏘카 등 IPO와 대우건설·SK에코플랜트 인수금융 대출,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 PF 대출 등을 수행했다.

교보증권(1374억원)과 키움증권(1272억원), 대신증권(1076억원), IBK투자증권(914억원)은 IB 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금리로 인한 매입수요 위축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BNK투자증권(1371억원)과 한화투자증권(1257억원), 유진투자증권(1150억원), 부국증권(1132억원)의 IB 수익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신규 딜 중단에도 불구하고 물류센터, 주상복합 개발사업 금융주관과 다수의 자문, 주선, 대출을 지속 발굴하고 해외투자 딜 클로징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