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말’로 하는 것
안철수, 호떡 뒤집듯 말 바꿔와
安, 신념윤리도 책임윤리도 안 보여
안철수의 정치적 신념은 무엇인가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 2012년 9월 19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8대 대통령선거 출마 공식 선언을 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일어난 '안철수 현상'은 초대형 이슈였다. [사진 = 연합뉴스]
주권자를 대리하는 정치인들의 생각이 그들의 말로 표현되기 때문에 흔히 정치인의 말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들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생선 찾는 고양이의 심정으로 정치인들의 말을 좇는다. 정치인들을 향해 "한 말씀만 해주세요!"라며 마이크부터 들이미는 기자들의 모습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절박함이 담긴 셈이다.
안철수는 11년 차 정치인이다. 그는 정계에 입문하면서 '새정치'를 표방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에게 '철새정치'라는 딱지가 붙었다. 네 차례의 굵직한 단일화와 여러 번의 당적 이동 등 여러 원인이 꼽히지만, 그 기저에는 그의 '말 바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안철수는 지난 1년여간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라는 굵직한 선거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의 정치는 호떡 뒤집듯 바뀌곤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을 보자.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합의에 실패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더니 "험하고 어렵더라도 제 길을 굳건히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울산 선거유세 중 "그 사람 당선되고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국민들이)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더니 약 2주 만에 돌연 지난 언행을 부정하는 행동을 한다. 정황상 '그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조건 없는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에서도 안철수의 행보는 종잡을 수 없었다. 당대표에 출마한 그는 전대 초반 "윤심은 완전한 반윤이 아닌 이상 다 열려 있다"며 '친윤'을 표방했다. 그러다 '진짜 친윤'들의 공세가 거듭되자 전대 막바지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 이것은 나만의 피해의식인가"라며 친윤계와 각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대통령실 전당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비윤계'로서의 모습도 보여준다.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에는 중력이 있다. 그들의 어떤 발언은 국민들을 잡아 당긴다. 그렇게 어떤 정치인의 지지자가 된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신봉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에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의 '오락가락 정치'를 보면, 진정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서 정치'에서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 밝히고 있다. 그는 이것을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나눠서 설명한다.
신념윤리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추구하는 태도이고, 책임윤리란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결정으로 생긴 결과에 대해 무제한적 책임을 지는 태도를 뜻한다. 베버는 바람직한 정치가라면 이 두 윤리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에서 신념윤리가 실종됐다. 정치에서 신념이란 어떠한 소명을 안고 그것을 어떻게든 완수하겠다는 결의일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의 말 바꾸기 행보는, 그가 정치적 소명보다는 권력만을 좇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안철수의 정치에서는 책임윤리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은 국민과 지지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대표성을 인식하면서, 주권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감당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잦은 언행 변화로 국민과 지지자를 실망시켜왔고,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정치적 결실도 이루지 못했다.
안철수의 이번 전당대회 낙선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원칙을 잃고 패배했기 때문이다. 모든 패배는 아프지만, 원칙을 잃은 채 패배하면 더욱 아프다.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내려놓고도 패배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안철수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계', '비윤계', '멀윤계'를 넘나드는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유력 당권주자였던 김기현 후보의 과반득표를 막지 못한 채 낙선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듯하다.
최근 안철수의 정치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 판국이다. 본말이 전도됐다.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고 있는 안철수, 그가 진정으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다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안철수는 11년 차 정치인이다. 그는 정계에 입문하면서 '새정치'를 표방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에게 '철새정치'라는 딱지가 붙었다. 네 차례의 굵직한 단일화와 여러 번의 당적 이동 등 여러 원인이 꼽히지만, 그 기저에는 그의 '말 바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안철수는 지난 1년여간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라는 굵직한 선거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의 정치는 호떡 뒤집듯 바뀌곤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을 보자.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합의에 실패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더니 "험하고 어렵더라도 제 길을 굳건히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울산 선거유세 중 "그 사람 당선되고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국민들이)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더니 약 2주 만에 돌연 지난 언행을 부정하는 행동을 한다. 정황상 '그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조건 없는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에서도 안철수의 행보는 종잡을 수 없었다. 당대표에 출마한 그는 전대 초반 "윤심은 완전한 반윤이 아닌 이상 다 열려 있다"며 '친윤'을 표방했다. 그러다 '진짜 친윤'들의 공세가 거듭되자 전대 막바지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 이것은 나만의 피해의식인가"라며 친윤계와 각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대통령실 전당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비윤계'로서의 모습도 보여준다.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에는 중력이 있다. 그들의 어떤 발언은 국민들을 잡아 당긴다. 그렇게 어떤 정치인의 지지자가 된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신봉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에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의 '오락가락 정치'를 보면, 진정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서 정치'에서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 밝히고 있다. 그는 이것을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나눠서 설명한다.
신념윤리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추구하는 태도이고, 책임윤리란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결정으로 생긴 결과에 대해 무제한적 책임을 지는 태도를 뜻한다. 베버는 바람직한 정치가라면 이 두 윤리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에서 신념윤리가 실종됐다. 정치에서 신념이란 어떠한 소명을 안고 그것을 어떻게든 완수하겠다는 결의일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의 말 바꾸기 행보는, 그가 정치적 소명보다는 권력만을 좇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안철수의 정치에서는 책임윤리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은 국민과 지지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대표성을 인식하면서, 주권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감당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잦은 언행 변화로 국민과 지지자를 실망시켜왔고,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정치적 결실도 이루지 못했다.
안철수의 이번 전당대회 낙선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원칙을 잃고 패배했기 때문이다. 모든 패배는 아프지만, 원칙을 잃은 채 패배하면 더욱 아프다.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내려놓고도 패배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안철수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계', '비윤계', '멀윤계'를 넘나드는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유력 당권주자였던 김기현 후보의 과반득표를 막지 못한 채 낙선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듯하다.
최근 안철수의 정치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 판국이다. 본말이 전도됐다.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고 있는 안철수, 그가 진정으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다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