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원 기소인부절차 출석…34개 혐의 모두 부인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장부 조작과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CNN,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서 혐의 34가지를 모두 부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8분쯤 뉴욕 자택인 트럼프 타워를 떠나 1시 40분쯤 비밀경호국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밝은 빨간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주먹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반 중범죄 피고인과 달리 수갑도 차지 않았고,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도 찍지 않았다.

그는 법원 도착에 앞서 소셜미디어(SNS)에 "맨해튼,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너무 초현실적이다. 그들이 나를 체포할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 MAGA(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뉴욕 대배심은 지난달 30일 34개 혐의를 적용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2006년 성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한 대니얼스에 13만 달러를 지급하고, 2006~2007년 4차례의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진 맥두걸에게 15만 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혼외자가 있다고 주장한 도어맨에게 3만 달러를 주고 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선거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면 중범죄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중범죄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E급 중범죄에 해당하며 건별로 최대 4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뉴욕주 법률에 따르면 기업문서 조작 행위 자체는 경범죄이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기업문서를 조작했거나 범죄 사실을 위장하려고 했을 경우 중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찰청장은 기소인부절차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불리한 정보와 불법 행위를 유권자들에게 숨기기 위해 기업 정보를 조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머천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SNS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머천 판사는 오는 12월 4일 법원에서 다시 검찰과 변호팀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재판은 내년 이후에나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법원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을 빠져나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이동한 후 오후 8시 15분쯤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을 강력히 비판하고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절차에 대한 백악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따로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미국 시민들에게 집중할 것"이라며 "물론 이번 일은 많은 매체에서 매일 매시간 보도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은 그 뉴스를 계속 접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대통령의 (관심의) 초점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