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약 300조원...연평균 증가율 19%
수익률 1%대...'디폴트옵션'으로 수익률 제고 꾀한다
연금상품 실물이전 추진...상품 유지한 채 사업자만 변경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제공
우리나라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 이르는 3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틀을 갖추고 있다. 2021년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900조원, 퇴직연금은 296조원, 개인연금은 368조원 규모다.
퇴직연금은 2005년 도입 이후 연평균 19% 성장하며 국민연금(13%), 개인연금(3%)보다 적립금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58%, 확정기여형(DC) 26.2%, 개인형퇴직연금(IRP) 15.7% 비중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00조원 중반대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2030년경 1000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 점치고 있다. 현재는 퇴직연금 수령방식 중 일시금 수령이 95.7%로 대부분이지만 정부가 점차 연금수령을 유도하고 있다. 적립금이 쌓이게 되면 '입구'는 커지고 '출구'는 좁아진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021년말 기준 2.00%로 2018년(1.01%) 이후 2%대에 그쳤다. 최근 5년 수익률은 1.96%로 사학연금(8.28%), 국민연금(7.66%), 공무원연금(7.20%) 등 타 연금 대비 1/4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이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로, '놀고 있는' 돈을 굴리도록 하는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올해 7월 11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해지 손실 없이 금융회사만 변경할 수 있도록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한다.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등 16개 기관에서 2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월부터 올해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와 공동 개최한 퇴직연금 업무설명회에서 "가입자가 다른 회사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도록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부적합한 연금상품을 자체 선별해 정리하도록 지도해 적립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가입자가 사업자를 변경하려면 기존 계좌의 상품을 모두 해지해 현금화해야 한다. 이 경우 해지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펀드의 경우 환매 지연이 이뤄질 수 있다. 또 금융회사 영업점을 최소 1회 방문해야 해 연금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기존 상품의 해지 없이 사업자만 변경할 수 있는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비대면' 사업자 변경으로 계좌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도 확대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퇴직연금 사업자인 A보험사에서 가입한 예금상품을 B증권사로 그대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단, 두 사업자가 모두 해당 상품의 판매사와 제휴를 맺은 경우에 가능하다.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쉬워지면 업권간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점유율은 2021년말 기준 은행이 50.6%로 가장 높다. 생명보험(22.0%), 금융투자(21.3%), 손해보험(4.8%), 근로복지공단(1.3%) 순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투자권역은 비중이 증가하고 보험권역은 감소하는 추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물이전이 쉬워지면 자사 고객을 다른 회사에 뺏기지 않게 금융회사들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립금 유치라는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수탁자책임의무에 따라 제대로 운용하는 질적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