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권고에 따라 4대 정유사에 횡재세 부과땐
2조7400억원 추정…4대 은행은 7930억원 수준
용혜인 의원 "세수 부족…횡재세 필요 더 커져"
◆…유럽연합의 횡재세 권고안에 따라 국내 4대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세액은 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시내 한 셀프 주유소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목표치(세입예산)보다 부족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자, 조세형평성 차원에서의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수익을 거둔 정유회사나 은행을 타깃으로 한 세목 신설까지 거론된다. 이른바 '횡재세'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이런 세금을 매기겠다는 나라는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연대기여금'을 부과할 예정인데, 가장 많은 부담액을 떠안은 곳은 정유사다. 만약 EU의 횡재세 권고안에 따라 국내 4대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약 2조8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 4곳의 연결재무제표 실적(2018~2019년 평균 순익·2022년 순익)을 기준으로 EU의 연대기여금을 적용한 결과, 세액은 약 2조7400억원에 달했다. 유사한 조건으로 추정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횡재세액은 약 7930억원이었다.
EU 집행위원회가 권고한 횡재세는 크게 메가와트(MWh)당 180유로를 초과해 전력을 판매한 사업자에게 그 초과로 인한 이득의 90% 이상을 징수하는 전력 사업자 기여금과, 석유·가스· 석탄·석유정제 등 화석 연료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연대기여금으로 구분된다. EU의 연대기여금 권고안은 매출의 75% 이상을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 연료의 생산, 채굴, 정제 등으로 올리는 사업자에게 2018~2020년 3개 연도의 평균 과세소득을 120% 초과하는 과세연도의 소득에 대해 33%로 과세하는 구조다.
◆…전자공시시스템 연결재무제표 자료 재구성.(자료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용혜인 의원실은 4대 정유사의 연결재무제표 자료에서 '법인세차감전순이익' 수치를 과세소득 기준으로 삼았다. EU의 권고안의 과표(2018~2020년 실적)와 다르게, 2018~2019년 2년 평균 수치를 사용했다. 국내 정유사가 크게 적자를 냈던 2020년 실적을 넣어 3개년 평균을 냈을 땐, 횡재세가 부과되는 과표가 불합리하게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용 의원실에 따르면, 4대 정유사의 2022년 법인세차감전순이익 합계액은 11조7500억원으로 2018~2019년 2년 평균 2조8700억원보다 약 4배 정도 늘었다. EU 권고안에 따라 120%를 초과하는 순이익을 과표로 잡고 세율 33%를 적용하면, 약 2조7400억원의 세액이 나온다. 기업별로는 GS칼텍스(9326억원)·S-OIL(8690억원)·현대오일뱅크(5417억원)·SK이노베이션(3966억원) 순이었다. 2017~2019년 3개년 평균으로 범위를 넓히면, 횡재세액은 약 2조원으로 추정됐다.
국내 정유사들의 그간 주장과 달리, 유럽에서 연대기여금 명칭의 횡재세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업종은 석유가스 사업자가 아닌 정제 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회가 지난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선 화석연료 사업자에 부과하는 연대기여금의 2021년 세수를 추정하고 있다. 추정 결과는 정제 부문이 약 45억 유로로 약 30억 유로가 부과되는 석유가스 부문보다 훨씬 더 크게 산출됐다. 국내 정유사들은 그간 유럽에서 횡재세는 전력 사업자와 석유가스 사업자를 부과 대상으로 하고 정제 부문은 별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용 의원실은 같은 방법으로 4대 은행의 2022년 횡제세액을 7930억원으로 추정했다. 2022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2018~2020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지 않은 국민은행은 횡재세액이 0원이었고, 우리은행 3781억원·하나은행 2482억원·신한은행 1666억원 순으로 산출됐다.
용 의원은 "지난해 정유사와 시중은행만이라도 유럽연합 권고안에 따른 횡재세를 도입했을 경우 3~4조원대의 막대한 세수가 걷혔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역대급 부자감세 세법을 통과시키고 난 후 경제 상황마저 악화돼 유류세 인상을 검토할 정도로 세수 부족이 현실화된 올해에 횡재세를 도입할 실익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