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尹, 미국 도감청 잘못 협상 지렛대 삼아 현안 해결해야"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미일 협력 강화를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변호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 전 외교원장은 13일 MBC 라디오 '신장식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지난 1년간 외교를 돌아보면 중국 30분 만난 것 외에 일본과 미국밖에 없었다"며 "의제를 여타의 나라들과 다룬 적이 없고 결국 대통령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세계를 흑백 상황으로만 본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에 아무런 항의도 외교 쟁점화도 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그는 "국민 자존심도 깨졌고 실익도 없는 것"이라며 "첫 단추를 완전히 잘못 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항의까지 안 하더라도 최소한 미국의 해명을 기다리겠다는 말만 하고 미국의 움직임을 봤었야한다"며 "우리가 미국 보다 앞장서서 변호를 해주고 우리 외교는 늘 일본의 변호사가 되고 미국의 변호사가 된 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것도 우리 국내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외국의 변호사 역할을 계속하고 있지 않냐"며 "반대로 우리 국민의 변호사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외교원장은 "결국 (한미) 정상회담도 국빈이라는 격 높은 걸 받더라도 국가 간 협상일 것이고 미국도 우리한테 원하는 게 있고 우리도 산적해 있는 현안이 있지 않냐"며 "이번 문제는 어찌 됐든 미국이 잘못한 것이고 이게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그 지렛대를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방식이 일본한테도 사용이 됐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사실 반 잔도 아니고 사실은 빈 컵이었다"며 "나머지는 일본이 채워준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외교에서는 일본에게 우선권을 주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한국한테는 뭘 줘도 만족한다는 자세를 보이는 외교무대에서 특별히 국내 정치에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이 왜 양보하겠냐"고 지적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그는 "북중러 또는 북한 때문에 한미일이 묶여야 된다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한미일이 묶이기 때문에 북중러가 묶이는 것"이라며 "한미일이 계속 이런 식으로 안보협력을 하고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의 모습을 안 보이고 현상관리를 안 하지 않냐"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도 '강대강', '선제타격', '전쟁불사론' 이렇게만 얘기하니까 지금 계속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라며 "문제는 누구든지 이 불을 끄는 사람이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