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애매해" 업계 지적에...금융위 "그릇 말고 '음식'을 봐라"

조각투자 사업자가 토큰증권 발행(STO)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금융위원회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블록체인에 써 있는지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약속한 계약의 내용이 '증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효진 세종텔레콤 부사장은 25일 'STO 입법 쟁점과 디지털 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정부가 2월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에 대해 "분산원장 기술을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법규로만 관리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만 증대할 소지가 있어 STO의 필요성이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은 위변조가 불가해 발행과 유통이 결합된 구조에도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한 '발행과 유통의 분리'를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위변조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발행인이 유통까지 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동성 없는 자산을 발행해 투자회수(엑싯)를 못하거나 발행가를 제멋대로 산정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생길수 있다"며 "발행자와 유통자가 각각 설명해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공시규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조에서는 '노드 51% 분산'이 의미가 없다며 타 기관간 분산 노드 관리방안 협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계좌관리기관의 토큰증권 발행의 경우 증권사에 이점(어드밴티지)을 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과장은 "전자증권은 중앙집중식 계좌부로, 예탁원과 증권사만이 공부를 기록할 권한을 갖는다"며 "토큰증권의 겅우 증권사만큼 신뢰가 높지 않아도 요건을 갖추면 계좌관리기관이 될 수 있다. 분산원장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에 토큰증권 발행심사와 총량관리 역할을 부여하는 데 대해서는 "기존 중개인의 개입이 지속하는 건 블록체인 기술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중개인이 필요없도록 노드(node) 참여 주체별 책임성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장은 "코인과 달리 증권은 얼마나 발행되고 유통되는지 총량을 예탁원이 기록하고 있다"며 "예탁원은 유통하는 증권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상증권 범위와 투자한도를 제한하면 토큰증권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과장은 "토큰증권 말고 파생결합증권(ELS) 등 다른 증권도 규제를 받는다. 그릇이 아니라 '음식'에 따라 위험한 상품에 대해 규제를 달리하는 것"이라며 "토큰증권은 발행단에서 다양한 권리의 토큰화를 유도하고 공모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봤다.

투자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4개 증권(채무증권, 지분증권, 증권예탁증권, 파생결합증권)은 유통 규제가 명시돼 있다"며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은 유통성을 전제로 하지 않았거나 존재할 수 없던 증권이다. 토큰증권은 이 부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한국거래소의 디지털자산시장 개설의 경우 토큰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증권을 디지털자산으로 여긴다고 문제삼았다.

이 과장은 "토큰증권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시장과 다양한 사업자의 비상장시장에서 유통된다. 소규모라도 유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며 "혁신성을 갖춘 소규모 토큰증권은 비상장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규모 거래가 필요한 경우 중앙집중화, 전자등록화 기술적 기반을 갖춘 상장시장에서 거래하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토큰증권 투자자의 투자대상은 그릇(토큰)이 아니라 음식(증권)이다. 새로운 그릇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좋은 음식을 현명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STO는 실물증권과 전자증권이라는 두 그릇만으로는 비용과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