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세력 개입해 특별한 호재없이 최대 10배까지 상승
유통 주식수 낮은 종목 선택...거래 활발한 것처럼 보이려 통정거래
신용융자 거래 많은 종목 유의...하락장에서 반대 매매로 손실 위험
◆…자료사진=연합뉴스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대규모 매도주문이 나오면서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검찰이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27일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일당의 서울 강남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휴대전화 200여대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대규모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가 조작 혐의를 받는 일당이 금융위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아채고 24일 보유하던 매물을 일제히 던지면서 주식은 폭락했다. 해당 종목들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지난 1년에서 3년간 꾸준히 상승하더니 최대 10배까지 올랐다.
문제가 된 종목의 매도 상위 창구가 모두 SG증권으로 드러나면서 작전 세력의 '신종 폰지(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가수 임창정씨도 30억원을 주가조작 세력에게 투자했다가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신용매수까지 해 모두 84억어치 주식을 샀는데 주식이 폭락해 자신도 큰 손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가수 A씨도 지난해 12월 주가조작 세력에 자금을 맡겨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인철 참좋은경제연구소 소장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통 물량이 너무 적어서 짬짜미로 주가 조작이 가능한 것들이다. 유통 주식 수가 워낙 낮으니까 통정매매로 조금씩 주가를 움직였다. 한 종목은 상장 주식이 400만 주밖에 안된다. 그러니 소액을 가지고서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해당 종목들의 업종은 닭고기 회사, 항만, 운송, 서비스업 등 공통점이 없다"며 "특별한 호재 없이 3년 동안 그래프가 비슷하다. 그래프를 보면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착각이 들게끔 하루에 올라간 폭이 0.5%, 1%, 2%, 눈에 보이지 않게 시나브로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그동안에 공매도 세력이다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면서 "JTBC가 단독으로 제보한 내용을 보면 텔레그램방을 통해서 사전모의가 은밀히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주가조작 일당들이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통정거래를 했다고 했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 증권거래법상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는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을 타깃으로 매수자 매도자 간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 기간 사고 주고 파는 방식으로 마치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면서 "다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주가 상승 폭을 조금씩 조금씩 해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방식(CFD)을 지목했다. 차액결제 거래는 주식 매입 자금의 40%만 내면 증권사가 나머지 주식을 사서 나중에 판 뒤 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이다. 예를들면 주당 1만원의 주식 1만주를 투자하려면 1억원이 필요하지만 CFD 계좌를 이용하면 4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 6000만원은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고 차익에 대한 수익만 가져간다.
그는 "차액결제 거래계좌는 평균 잔고가 5000만원 이상,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사람만 증권사와 거래를 맺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증거금을 납부하게 되면 증권사가 매수 주문을 통해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융자 거래가 굉장히 많은 종목은 조심해야 한다. 빚투 가능성이 있고 주가가 내리면 또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