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기준일 이후 매수한 주주에 주매청 박탈
"분할 사실 모른 채 매수한 주주도 동일 권리 인정돼야"
삼성물산 주주, 매수대금 받기까지 6년 걸려
"주식매수대금 사전지급제도 도입하는 게 합리적"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일 '현행 주식매수청구권제도의 한계와 주주 보호를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의 인수합병(M&A)을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자신의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주주보호 장치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본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 합병의 67%가 소규모 합병으로, 해당 회사의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회사가 소규모 합병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대상회사가 인수회사 기업가치의 20% 정도인 경우, 인수회사는 합병절차 이전에 대상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취득하고 이후 나머지 50%에 대해 합병신주발행이나 자기주식교부를 하는 '꼼수'를 이용한다.
황 연구위원은 "합병결의 이전 1년 동안 인수회사가 취득한 대상회사의 주식을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과 같이 소규모 합병 요건을 순자산액 기준으로 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결의 사실이 공시되기 이전까지 주식을 취득한 사실을 증명한 자는 의결권과 상관없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근 DB하이텍, 인터로조, HLB, 홈캐스트 등 일부 회사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분할을 결의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박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확정 기준일 이후인 1월 1일부터 이사회 결의공시일인 2월 말~3월 초까지 주식을 매수한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주식매수청구권은 M&A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회사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며 "그 사실을 모른 채 주식을 매수한 자들에게도 동일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합병가액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매수가격의 산정방식을 법에서 정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는 합병가액 산정의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황 연구위원은 매수가격도 회사가 유연하게 산정한 합병가액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되 그 공정성을 회사가 입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그는 주식매수대금 사전지급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만약 주주가 회사 제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원해 법원에 주식매수가격의 결정을 청구한 경우에는 매수대금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경우 주주총회일로부터 2463일, 6년이 지나서야 주식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황 연구위원은 "주식매수대금 사전지급제도를 도입해 회사가 공정한 가격으로 인정하는 금액을 미리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