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검찰 대장동 수사 기록과 정영학 녹음파일 새로 입수
정영학 녹취록 속 천화동인 1호 주인 '이재명' 언급 없어
정진상 4월 21일 보석 석방, 김용 4일 석방…檢 수사 속도 늦춰져
檢 김만배 보석 반대 의견서 제출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어도 9년간의 녹취 파일 속 대장동 일당은 천화동인 1호의 주인으로 이재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2일 PD수첩과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대장동 로비의 전말과 대장동 '그분'의 실체를 추적한 방송에서 이같이 밝히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대장동 키맨'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진술이 대선 전후로 바뀐 것에 주목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부터 대장동 사건 관련 이 대표에 대한 저격성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검찰 조사에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을 '그분'으로 지목했다.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갈무리]
이어 '실소유주가 유동규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 메모는 2021년 4월경 작성된 것이다. 나중에 김만배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것이고 2015년 2월경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갈무리]
정영학 회계사는 천하동인 1호의 주인이 유동규인 것을 2020년 5월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26일 정영학 진술조서에 따르면 '천화동인1호는 김만배가 100% 지분을 소유한 법인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정영학은 "천화동인1호는 형식적으로 보면 김만배가 지분 전부를 갖고 있는 회사가 맞다. 사업초기에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나중에 보니 천화동인1호의 지분은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주기로 한 것이었고, 사실상 유동규의 지분이었다"고 진술했다.
2020년 10월 성남시 분당구의 한 노래방에서 이뤄진 김만배, 유동규, 정영학의 대화에서, 김만배는 "천화동인1(호)이 남들은 다 네것으로 알어, 너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라고 하자 유동규는 "누군가 얘기했으니까 알겠죠. 이거는 유동규 몫으로 해놓은거야 이렇게 얘기하지 않은 다음에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10월 7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에게 천화동인1이 피의자 것임을 전제로 누가 그 사실을 얘기한 것이냐고 따지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저렇게 녹음된 것이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다. 왜 저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제가 김만배 사업을 하는데 관여한 것이 없다. 제 것이라면 제가 썼겠죠. 아니면 제가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다"고 진술했다.
천화동인 1~3호의 배당금 절반인 700억원에서 미리 전달한 뇌물 5억원과 세금, 각종 경비를 제외하면 428억원이다.
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를 설립해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김만배가 고가로 매수하는 등 합법 외관을 갖춰 428억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2021년 2월 1일 김만배는 "가져가는데 걸리지 않게 가져가야지, 내가 그랬어. 너 이거 걸리면 4명은 다 죽어, 내가 (유동규한테) 그랬어. 뭘로 방어할래. 시나리오는 다 도로아미타불이고"라고 말한다.
현재 김만배는 이 4명을 정영학, 남욱, 김만배, 유동규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에 나온 앞서 대화에서 확인되는 것은 천화동인 1호가 김만배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지분 분배 논의에서 세금 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머리를 맞대며 논의했다는 점이다.
대선이 지나고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은 검찰의 수사팀 변경 이후 주장을 번복했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1일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된 직후 출석한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 씨로부터 들어서 2015년 1월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3월 9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2차 공판에서 428억원에 대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만배 지분 중 절반을 받아오기로 한 상황이 (이재명·정진상·김용 등에게) 다 공유됐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사는 지난 1월 30일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다. 이것은 그 지분(천화동인 1호)은 이재명 대표의 것이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갈무리]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로부터 428억원을 약속받았고,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428억원 약정 관련 내용이 보고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428억원 약정'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3월 9일 "428억원은 (수사) 과정에 있는 부분"이라면서 "현재 진행하는 보강 수사는 (428억원 혐의를 영장에) 넣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기소 전까지 필요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 6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지난달 21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 정민용과 공모해 남욱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2013∼2014년 공사 설립,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4차례에 걸쳐 총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도 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대장동 민간업자의 보통주 지분의 24.5%인 428억원(공통비 공제 후)를 나눠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들이 보석으로 석방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온 데다 방어권이 강화돼 검찰이 넘어야 할 벽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의 보석 석방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법원이 김만배의 보석 석방 여부를 살피고 있다. 검찰은 최근 재판부에 증거인멸 우려 등 사유를 들어 김만배 씨의 보석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