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상속확정 절차 기간 지체 시 갱신을 통해 시간벌어야"
"상속인 부재나 상속 거부 시 상속재산관리인 선임해야"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제공)
최근 급작스러운 집주인의 사망으로 전세금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세입자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사망했을 때의 대응방법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9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주택 임대차에서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의 사망은 세입자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로 다가올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대응방법을 숙지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집주인 사망 시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3가지로 정리해 설명했다.
엄 변호사는 "주택 임대차에서 집주인의 사망은 누구의 잘못으로 볼 수 없지만, 전세금반환 의무를 지켜야 할 집주인의 존재가 사라졌기에 상황은 간단치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집주인 사망 시 세입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집주인의 상속인에 전세금반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법상에는 재산을 물려줄 피상속인의 사망 시 상속인이 재산뿐 아니라 재산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를 승계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민법 제1005조(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는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말한다. 즉 집주인 사망 시 그의 상속인에게 집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승계돼 새로운 집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평소 집주인의 가족 관계 파악이 가능하다면 상속절차를 이해하는데 더 쉬울 것"이라며, "집주인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해당 구성원이 1순위 상속인이 되고 세입자는 1순위 상속인 중 아무에게나 전세금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집주인 사망 시 벌어질 수 있는 두 번째 대응방법은 상속절차가 오래 걸릴 경우"라고 말한다. 상속은 법률상 피상속인(집주인) 사망 시 즉각적으로 발생하지만, 상속인의 결정에 따라 확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 변호사는 "다시 말해, 상속은 상속인에게 이득이 되는 재산도 있겠지만, 채무와 같은 손해 요소도 상속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공동상속인끼리 상속지분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속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세입자는 묵시적 갱신이나 갱신요구권 행사를 통해 시간을 벌어놓고 일처리를 하는게 좋다"며, "계약이 갱신된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통보일로부터 3개월 후 해지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속인이 결정된 후라면 빠르게 이사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엄 변호사는 집주인 사망 시 발생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으로 상속인이 상속을 거부하거나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꼽았다.
그는 "상속인은 자신에게 상속될 재산에 채무가 많아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면 자유롭게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또한 집주인이 사망하더라도 재산을 상속받을 가족 자체가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에게 가까운 친족이 없는 경우라도 상속절차를 끝까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며, "상속은 1순위 상속인의 부재나 상속권 포기에도 사라지지 않고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진행된 상속절차에도 불구하고 상속인이 지정되지 않았거나 찾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세입자는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 집주인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속재산관리인이란 상속인이 여럿이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을 위해 가정 법원이 선임하는 관리인을 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