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은 한 때 무거운 과세정책으로 밀수가 성행하고 폭동이 일어나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자칫 잘못했으면 우리는 보르도 와인을 맛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중세 프랑스의 국왕이던 루이 14세는 절대권력자였다. 그는 약하던 프랑스의 왕권을 강력하게 키워 왕은 흡사 살아 있는 법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스스로 '짐(朕)은 곧 국가이다'라고 할 만큼 절대주의시대의 대표적 전제군주가 되었다.
이런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은 세금 문제에서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는 국민들이 과중한 세금에 대해 불평하자 "모든 것이 내 것이기 때문에 세금은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을 되돌려 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세금을 부과했다.
또한 그 당시 경제학자들까지도 가난을 치유하는 처방은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가난한 지역일수록 세금을 무겁게 매겼다.
그들의 논리는 "세금의 부담이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다. 세금은 가난과 싸우는 적절한 수단이다. 가난한 자들은 풀과 같아서 깎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강력한 과세 정책은 와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소비세라는 것이 있었는데 소비세는 음식물을 포함해 운반될 수 있는 모든 것에 과세됐다.
와인은 포도나무세, 포도의 수확세, 포도주의 제조세, 운반세, 판매세 등 총 다섯 종류의 소비세가 과세됐다. 이런 탓에 가난한 사람들은 와인을 마실 수도 없었다.
결국 보르도 지방에선 포도주에 대한 무거운 세금제도로 인해 세금 징수원이 살해당하고 밀수가 성행하는 등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프랑스의 재무장관은 왕에게 "프랑스인 세금징수원이 보르도의 거리를 걷는 것보다 스페인의 마을을 걷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라고 말 할 정도로 보르도 지방 사람들의 저항은 거셌다.
결국 세금에 대한 농민들의 저항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끝을 맺었지만, 루이 14세 역시 왕권을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루이 14세는 화려한 궁정생활로 프랑스 재정의 결핍을 초래, 프랑스 혁명의 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역사의 한 편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 와인에 대한 무거운 과세 덕분에(?) 프랑스인들이 와인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과세 정책으로 농민들이 포도농사를 포기하고 보르도를 떠났다면 프랑스가 와인의 종주국이 될 수 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