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권한쟁의소송 당청관계 악재작용 우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매개로 한 당내 '좌.우파'의 협공에 흔들릴 조짐이다.
당내 '좌파' 의원들이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가 하면, '우파'로부터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
7일 한미FTA연구의원모임 대표인 열린우리당 김태홍(金泰弘) 의원을 비롯, 강창일(姜昌一) 유기홍(柳基洪) 유승희(兪承希) 의원 등 진보성향 여당 의원 13명은 민주.민노당 의원 10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조약체결권을 과도하게 사용해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당은 아직 한미FTA에 대한 공식 당론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총론 찬성,각론 협상 감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기'를 든 셈이나 마찬가지.
특히 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이런 행동은 정권후반기 한미 FTA체결을 정권 후반기의 최대 역점과제 중 하나로 추진중인 청와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 당-청관계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중요 사안에 대해 개별의원들이 위헌소송 제기 등의 방식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고음'을 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의 FTA 위헌소송 제기 움직임을 전해듣고 6일 저녁 김태홍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무리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당 의원들이 권한쟁의심판에 참여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른 견해를 가진 의원들은 당내 특위나 국회 FTA특위 등을 통해 협상이 제대로 되도록 뒷받침하면 좋겠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놨다.
이목희(李穆熙) 전략기획위원장도 "심정은 이해하지만 문제제기 방식이 틀렸다"면서 "여당의원이라면 당정청 틀내에서 소리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회장인 유재건(柳在乾) 의원과 이 모임 소속 오제세(吳濟世) 의원이 공개적으로 재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김혁규(金爀珪)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 보수성향 의원들도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해 '재개정 불가'라는 여당의 당론에 도전하고 나섰다.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사학법 재개정 불가 당론은 불변"이라며 군기잡기를 시도했으나, 정기국회가 진행될수록 재개정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여당 핵심 당직자는 "사학법은 기존 당론에 대해서 우파가 반대하는거고, FTA는 대충의 공감대가 있는데 좌파가 반대하는 것이어서 성격이 약간 다르긴 하다"면서 "어쨌든 좌우 양쪽에서 소란스러워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홍 의원은 위헌소송 제기가 여당 지도부 흔들기로 비쳐지자 이날 회견에서 "정부가 FTA협상에 과속을 하고 있어서 단속을 하려는 것이지, 당내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