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3만 돌파, GDP 호조로 '잃어버린 30년' 종료 기대감
日 외환당국 개입에 달러/엔 환율 140엔 아래로
이달 15일 BOJ 통화정책회의, 8월 2분기 GDP 발표 '주목'
◆…로이터 제공
닛케이 지수는 올해 들어 20%가량 상승하며 2021년 9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3만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3만1086.82를 기록한 뒤 3만1000선에서 등락하다가 이달 1일엔 3만1148.01로 마감했다. 이에 1989년 역사적 고점(3만8915)을 기록한 뒤 지속됐던 '잃어버린 30년'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일학개미'는 2362억원 규모의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 3월 매수금액 1053억원, 4월 매수금액 1142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124%, 107% 늘었다. 2021년 8월(1536억원) 이후 가장 많다.
일본 증시 상승세는 달러/엔 환율 상승(엔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에 주로 기인한다. 3월부터 치솟은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26일 140엔을 넘어섰다. 1998년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30일 일본 외환당국이 긴급회의를 소집해 구두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은 139엔대로 진정됐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주식을 추가 매수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덕분도 있다. 워런 버핏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종합상사의 지분을 보유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호평한 바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20년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외 호조를 보인 점도 주효했다. GDP성장률 잠정치는 전기비 0.4%로 예상치(0.1%)와 전분기(0.0%)를 웃돌았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최근 일본경제는 장기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로에 있다"며 "세계경제 안정과 임금상승세 지속을 통한 경제회복세 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상승세의 이유 중 하나가 주주가치 제고 바람"이라며 "도쿄증권거래소(TSE)의 주주환원 개선안 요구 이후 일본 기업들의 주주환원책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KB증권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기준 일본기업 자사주 매입총액은 9조엔으로 16년 만의 최대 규모였다. 주주환원 강화 캠페인 비중도 1년새 12.2%p 증가했다.
일본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도 수혜를 입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Nikkei225(H)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니케이225는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각각 7.63%, 4.73%였다. 남용수 한투운용 ETF운용본부장은 "ACE ETF는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변동을 피하고 수익률만 취할 수 있는 환헤지 전략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김선경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엔화약세가 진정되더라도 통화정책 등 환율 여건이 뚜렷하게 변하기 전까지 엔화 약세가 지속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증시 호황이 추세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다소 걸리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BOJ)의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있을 이달 15~16일까지는 현재 수준에서의 완만한 엔화 약세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승을 정당화하기엔 시기상조다. 경제의 연속성 확인, BOJ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라는 2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며 "2분기 GDP 발표 시점인 8월 중순 이후, BOJ 정책 수정이 예상되는 3분기가 돼야 일본 증시가 추세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향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크게 누적된 엔화 매도 포지션과 역대 최저 수준의 실질실효환율도 높은 변동성을 초래할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