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유럽 연합 관련 보도 매체 유렉티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방을 벌이며 서로 전쟁범죄자라 몰아붙이고 있지만, 댐 폭파로 인한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인지를 추측하면 결과는 자명한 것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책임 공방과는 별개로 이번 댐 폭발로 인해 러시아 점령지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 대홍수가 발생, 20개 마을이 물에 잠기고 1만7천여 명이 대피하는 등 인도주의적 재난이 발생하고 있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먼저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럽 최대 핵발전소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카호프카 댐에 구멍을 뚫어 파괴한 것에 대해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댐 파괴의 책임은 불분명하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간 일방적 우크라이나 편들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쟁 초기에 점령한 댐을 파괴한 것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대공세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자행된 전쟁범죄로 그럼에도 반격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리 코스틴 검찰총장은 "4만 명 이상이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 있다"라며 드니프로 강의 러시아 점령지에 2만5천 명을 더 대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 노바 카호프카 시장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는 시는 이미 물에 잠겼으며 수백 명이 대비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댐을 폭파했다고 비난하면서 "이 범죄는 엄청난 위협을 부르는 것으로 사람들의 생명과 환경에 끔ㅁ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전 세계가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댐의 폭파가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수복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재앙의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일방적 우크라이나 편들기를 해온 서방 강대국들의 입장은 갈리고 있다. 찰스 미셸 EU 집행위원장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으며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집행위원장은 댐 붕괴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동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댐 파괴가 러시아의 폭력사태가 고조되는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만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어느 측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미국은 "현시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역시 러시아가 댐을 폭파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결정적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성급한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상당히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당사자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연이은 공격으로 댐이 부분적으로 파괴되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중대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파괴는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1950년대 구소련 시절 드니프로 강에 건설된 카호프카 댐은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즈히아 핵발전소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핵심적인 시설물이다.
자포리즈히아 핵발전소의 안전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이 핵발전소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유리 체르니추크 소장은 냉각 연못의 수위에는 아직 변화가 없으며 "발전소에 보안 위협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야크는 "핵발전소의 위험은 현재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우크라이나 원자력 사업자인 에네르기오톰은 "카호프카 냉각수 공급용 저수조의 수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이는 발전소에 대한 추가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유럽 연합이 러시아가 만든 재앙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지원과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라며 역시 '외부 지원'을 강조했다.
카호프카 댐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시작해 크림 반도 전체를 가로지르는 북크림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가치를 가진 댐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로 인해 2014년부터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에 급수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