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헌 "공매도 안되는데 굳이 매도 리포트 쓸 필요 못 느껴"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 이충헌 대표

하락종목 A/S, 펫산업 분석 보고서로 주목

"매도 리포트 작성에 대한 필요성을 현 상황에서 크게 느끼고 있지 못한다. 안 알려진 스몰캡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계 리서치가 매도 리포트를 많이 쓰는 건 공매도를 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만 공매도를 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외국보다 적다. 굳이 매도 리포트를 낼 필요가 없는 거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지난 22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거친 이 대표는 2021년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를 설립했다.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스몰캡(중소형주) 기업들을 직접 탐방해 기업분석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밸류파인더는 최근 업계 최초로 '하락종목 A/S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85페이지에 달하는 '반려동물 산업분석보고서'를 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자체 구독 서비스인 '밸류멤버스'도 출시 1년을 앞둔 가운데 KB증권 '프라임클럽' 유료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등 B2B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독립리서치의 가장 큰 차이점은.
= 증권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한 중소형주에 주목한다. 증권사는 영업 부서에서 매매를 일으키는 대형주를 주로 다룰 수밖에 없다. 독립리서치는 시총 5000억원 이하 스몰캡을 다루는 게 틈새시장일 수 있다. 같은 건설사업관리 회사라도 한미글로벌은 증권사 리포트가 많이 나오는데 희림은 3년간 1건도 발간되지 않았다. 증권사에서 다루지 않은 좋은 기업이 있다면 쓰는 편이다.

■ 기업탐방에 어려움은 없나.
=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지난해 4월부터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보고서가 게시되면서 탐방이 수월해졌다. 독립리서치도 증권사 리포트와 마찬가지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거다.

■ 다른 독립리서치에 없는 밸류파인더만의 무기는.
= 올해 4월에 냈던 하락종목 A/S 보고서다. 지난해 나온 보고서 중 시장보다 하락한 종목 10개를 골라서 썼다. 증권사에서도 안 하는 걸 우리는 한다고 보여주고 싶었고 개인투자자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다.

■ 하락 종목을 다루는 이유는.
= 주가가 오른 종목만 얘기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락 종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가가 왜 떨어졌는지 궁금하지 않겠나. 우리는 IR담당자와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회사에 전화해서 '지금 상황은 이렇다' 하는 내용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거다. 1년에 한번씩은 업데이트할 생각이다.

■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 산업분석보고서'도 냈다. 다른 산업보고서 발간 계획도 있나.
= 조선이나 2차전지, 반도체, 수소 등 산업은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해 펫산업에 주목했다. 증권사에서 다루지 않는 신산업 중에 좋은 게 있다면 쓸 생각인데 당장 올해는 아니다.

■ 최근 금감원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소집해 '매수 일색' 관행을 지적했다. 밸류파인더는 비중이 어느 정돈가.
= 지난해 쓴 리포트 40개 중 11개가 매수, 29개가 투자의견 없음(Not Rated)이었다. 올해는 하락A/S 보고서를 제외한 21개 중 10개가 매수, 11개가 투자의견 없음으로 집계됐다.

■ 투자의견을 미제시하는 종목이 많은 이유는.
= 증권사는 매수 비중이 8~90% 수준인데 우리는 반반 정도다. 회사가 모멘텀은 있는데 목표주가를 산출하기는 애매한 경우 NR로 낸다. '매수'가 아니라도 보고서를 써준 것 자체로 고마워하더라.

■ 중립을 매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 않나.
= 매수였다가 중립으로 낮췄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중립으로 나온 걸 굳이 안 좋게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제시하면 6개월마다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서 잘 안 쓰는 경우도 있다.

■ 매도 리포트를 낼 계획이 있나.
= 매도 리포트 작성에 대한 필요성을 현 상황에서 크게 느끼고 있지 못하다. 안 알려진 스몰캡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외국계 리서치가 매도 리포트를 많이 쓰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외국은 공매도가 자유롭지만 우리는 시총 상위 종목에만 가능하다. 그래서 증권사들도 굳이 스몰캡에 매도 리포트를 낼 필요를 못 느낀다.

■ 해외와 달리 독립리서치 시장 규모가 작은 이유는.
= 외국계 리서치는 공매도로 돈을 벌 수 있어서다. 리포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다. 외국은 지적재산권에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는 증권사 리포트도 공짜로 보는데 독립리서치를 왜 돈 주고 봐야 하냐는 식이다. B2C에 한계를 느끼고 B2B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독립리서치 시장이 성장하려면.
=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리딩방에 거액을 지불하는 건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해서다. 100만원을 벌 수 있다면 가입비 50만원을 기꺼이 낸다. 독립리서치도 '값어치를 하는' 콘텐츠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우리 콘텐츠의 가치가 5만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구독하지 않는다. 저마다 콘셉트를 가진 독립리서치들이 수익화에 성공해서 서로 자극받으며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