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소수 인종 우대 대입 정책 위헌"에 사회적 파장…바이든 "강력 반대"

40년간 유지된 판례 뒤집혀…인종 다양성 정책에 영향 미칠 것

보수 우위 대법원 “인종 아닌 개인 경험으로 대우받아야”

사회적 파장 전망…내년 대선에 중요 쟁점 될 수도

바이든 “강력 반대”…트럼프 “미국에 훌륭한 날”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교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미국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은 대학을 넘어 미국 내 인종 다양성 고려 정책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AP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미 연방 대법원은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이라는 단체가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6 대 2로 위헌 결정했다.

존 로버트 대법원장은 위헌판결에 찬성한 대법관들과 함께 낸 의견에서 "인종차별을 없앤다는 것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며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대학이 너무 오랫동안 개인의 정체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기술, 학습 등이 아닌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며 "미국의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은 "법원은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는 미국에 대한 위험한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에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잭슨 대법관은 하버드대와의 관련성을 이유로 해당 판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1978년 이후 40년간 유지돼 온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정부 기관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등과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행정명령을 통해 '어퍼머티스 액션'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대학은 소수 인종 우대입학 정책을 도입했으나 그간 이 정책이 백인과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반면 민주당은 미국의 평등 정책에 큰 타격이라는 입장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미국이 인종적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으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은 "학생들이 한층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인종 이슈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데 따라 이번 판결이 내년 대선에서도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수십 년의 판례와 중요한 진보를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을 위한 훌륭한 날"이라며 "우리는 온전한 능력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이는 옳은 길"이라고 밝혔다.

이날 위헌 결정에 찬성한 보수 성향 대법관 중 3명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임명됐다. 현재 보수 성향 대법관 6명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지난해 여성의 낙태권을 폐기하며 49년간 지속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뒤집은 바 있다.

한편 이날 하버드 대학교는 "대법원의 결정을 확실히 따르겠다"면서도 "대학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기회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교내 구성원의 지혜와 전문성으로 대법원의 결정과 하버드의 가치를 공존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