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전 논의나 협의 심지어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기습적 공탁 진행”
“피해자들 ‘제3자 변제’ 반대 의사 밝힌 상황…변제 못하면 공탁도 불가”
◆…지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세은,임재성 변호사가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배상금 수용 거부에 따른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피해자와 유족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가운데, 강제동원 피해 소송 대리인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채권을 없애겠다는 일방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희는 (공탁이) 무효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라며 "유· 무효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다 안고서도 일단은 피해자들의 채권을 없애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과 강박을 가지고 있어 사전 논의나 협의 혹은 심지어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정부가) 기습적으로 공탁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공탁은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채권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 이자가 지연되지 않게 금전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 채권 자체에 대한 의무를 면하는 제도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채무자로 볼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임 변호사는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채권을 변제해 공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3자 변제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제3자 변제 반대한다는 의사를 이미 공식적으로 한 상황에서 제3자인 사람이 변제를 못하면 공탁도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탁 조치로 인한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에 대해서는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는 두 분 다 고령이셔서 직접 입장을 듣지 못했다"며 "유족 한 분께서는 '걸림돌 장애물 취급받는 것 같다. 아무런 협의나 합의 없이 아버지가 받은 판결을 일방적으로 없애겠다는 조치를 취한 게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고 모욕적이다'라는 표현들을 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공탁이 불법이다. '부당하다', '역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라는 것들은 시민과 여론이 판단할 문제지만 법률가로서는 위법을 다퉈야 한다"며 "공탁 무효 확인 소송부터 시작해서 만약에 이 공탁서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집행사건에 제출한다면 공탁의 유·무효를 법률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밝혔다.
지난 3월 정부는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의 피고 기업 대신에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했다.
외교부는 지난 3일 일본 기업의 직접 배상 등을 요구하며 제3자 변제를 거부해온 원고 4명 몫 판결금과 관련해 "그간 정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유가족들에 대한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