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받은 재산에 상속세…유산취득세 전환 제동
정부 '국민 공감' 단서 달며, 올핸 개편 안하기로
국회 입법처는 배우자 공제 상향 거론하면서
"유산취득세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주장 펴
경총도 기재부에 상증세 과표구간 조정 등 건의
◆…국회 입법조사처는 13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배우자상속공제를 그간의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행 상속세제에서 배우자공제 부분을 확대하는 것은 당초 의도와 달리 그 혜택이 공동상속인 전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유산취득세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사진 연합뉴스)
입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회 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가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에 대한 대수술을 주문했다.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현행 상속세제를,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로 전환에 대한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도 과세체계 전반을 뜯어고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자 감세 비판을 의식했는지, '국민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며 개편을 미루고 있다.
입법처가 13일 내놓은 '상속세 공제한도 조정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율은 1999년 말 세법개정이 이루어질 당시, 최고세율 구간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은 45%에서 50%로 오른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직계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은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상속과 관련한 걱정은 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듯,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공제제도를 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괄공제'와 '배우자상속공제'다. 일반적으로 일괄공제로 5억원이 공제되고, 배우자상속공제로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세체계에 더해 인적공제액도 1996년 이후로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
미국은 증여와 상속에 대해 평생 동안 공제받을 수 있는 '통합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이 한도를 2배로 늘렸고, 2023년 현재 공제액은 1292만 달러다. 배우자에게 이전된 상속·증여재산은 전액 공제된다. 입법처는 "통합세액공제 및 증여세 면제 한도를 물가변동에 연동해서 매년 조정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와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했다. 일본의 배우자공제액은 1억6000만엔과 법정상속분 중 큰 금액을 한도로 총상속재산에서 총상속세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미성년자라면 10만엔에 20세까지의 잔여연수를 곱한 금액을 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등과 같이 물가에 연동해서 상속세 공제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우자공제는 1997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2022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이 1997년 대비 89%로 크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 인적공제 한도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게 입법처의 지적이다.
다만 입법처는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제가 유산세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실에서 배우자공제 부분을 확대하는 것은 당초 의도와 달리 그 혜택이 공동상속인 전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유산취득세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계에서도 상속세제 개편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12일) 기획재정부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조정해달라'며 세제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엔 상속·증여세 과표구간 및 일괄공제 한도조정, 상속세 과세방식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 등이 담겼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조세경쟁력을 높이고 투자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정책 시그널이 지속돼야 국내 경제가 살아나고 국가 재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세제 합리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개편에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속세 '과세 골격'을 바꾸는 수술을 미룬 모양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8일 관훈토론회에서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섣불리 상속세 낮춘다고 접근하기에는 아직까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7월말 발표)에 관련 내용을 담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