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흡수한 벨라루스, 러와 합동훈련소 협정…동유럽 안보 우려 커지나

“100대 이상 차량 호송대 벨라루스 행….지난주 이후 3번째”

“루카셴코, 러-벨라루스 군합동 훈련소 협정 비준하는 법안에 서명”

바그너, 벨라루스에 새 거점 전망…루카셴코, 안보 위협 부인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인접 국가 위험…나토에 동부 경계 강화 촉구”

지난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 사태를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추가로 벨라루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맺은 합동 훈련소에 관한 협정을 비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동유럽 국가의 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벨라루스에서 군사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벨라루스 하준 프로젝트'를 인용해 러시아 국기와 바그너그룹 휘장을 실은 100대 이상의 차량 호송대가 벨라루스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하준 프로젝트'는 이번 바그너그룹의 벨라루스행이 지난주 이후 세 번째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타스통신은 벨라루스 대통령 공보실을 인용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군 합동 훈련소에 관한 협정을 비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공보실은 "벨라루스는 군사 합동훈련 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러시아와의 협정을 비준했다"며 "이 협정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훈련소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임무와 국방부 간의 협력 절차를 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해당 협정이 지난 3월 28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됐으며 당사자들의 국내 절차 완료에 대한 마지막 서면 통지일부터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러시아의 무장 반란 사태 이후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접국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동부 국경 강화를 촉구하는 등 안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바그너 그룹이 배치되면 주변 국가의 안보 불안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NATO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바그너가 벨라루스에 연쇄살인범을 배치하면 모든 인접 국가가 불안정의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자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또한 "나토의 동부 안보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벨라루스로 재배치하려는 계획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의 벨라루스 주둔이 안보 위협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벨라루스 정치분석가 발레리 카르발레비치는 "루카셴코는 매우 신중한 정치인이며 밤낮으로 러시아 용병의 움직임에 대해 걱정할 것"이라며 "벨라루스 보안 기관은 이제 바그너가 벨라루스에서 자치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3일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규군이 자신들의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으나 모스크바를 200km 남겨두고 진격를 중단했다. 반란이 일어난 지 36시간 만이었다.

당시 프리고진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 정부와 합의했으며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프리고진이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용병에 원할 경우 벨라루스로 이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며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주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러시아 정규군이 전차, 미사일, 탄약 등 무기를 인도받았으며 용병의 무장해제 수순이 완료되는 단계라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방부 또한 지난 14일 수도 민스크 동남쪽에 있는 오시포비치 지역 군사 훈련장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 군인들을 훈련하는 영상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