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여가부 처리 부분 많이 미흡"
"발각됐을 때 샤워 용품·수건 한 장 없어…그때서야 머리에 물 묻히는 시늉"
"처음엔 필리핀이라고 이야기…아이디 카드도 없었다"
◆…6일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연맹 지도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지도자들은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해 퇴소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세계스카우트대회 조직위원회가 잼버리 영내에서 발생한 성범죄 의혹과 관련 '문화적 차이' 등의 이유로 사건을 '경고 조치'로 종결한 가운데, 피해자 측인 전북연맹 대장이 이를 두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조범석 스카우트 전북연맹 대장은 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같이 활동하는 여자 지도자가 샤워실에 남자가 있다고 확신이 들었는지 소리를 질러 제가 그걸 알게 됐다"며 "발견되고 나서 그 이후에 (조직위와 여가부의) 처리 부분이 많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조 대장은 직접 태국 남자 지도자를 샤워실에서 끌고 나왔다고 상기하며 "그 사람이 도망가려고 했는데 주위에 대원들이 많아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 저한테 발각됐을 때 샤워 용품이나 수건 한 장 없었다"고 전했다.
또 "그때서야 샤워기를 틀어서 머리에다가 물을 묻히는 시늉을 했다"며 "처음에는 필리핀(지도자)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디 카드도 없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태국 영지에서 샤워실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 5분 거리에 샤워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먼 거리를 걸어와 거기에 숨어 있었다"며 고의적인 행동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문화적 차이', '단순 실수' 등의 이유로 해당 사건을 경고 조치에 그친 데 대해선 "많은 대원과 학생들이 있지 않냐, 참을 수가 없다"며 주최 측의 예방과 대처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조 대장은 혼자 영지에 남아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며 "내가 죽어야지만 이 사실이 밝혀지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소 결정을 하고 왜 우리가 피해자인데 이런 피해를 봐야 하냐, 가해를 가한 외국 지도자는 계속 활보하고 다닌다"며 "대원들이 영지에서 나갈 때 뒷모습 보면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범죄 의혹을 제기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등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전북연맹 80여 명의 퇴영 결정을 밝혔다.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2일 새벽쯤 영내에 있는 여자 샤워실에 태국 남성 지도자 A씨가 침입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샤워실은 여자 샤워실로, A씨가 들어와 먼저 샤워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피해자가 들어와 샤워를 했고 노랫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왔다가 A씨를 발견했다. 샤워실은 모두 3칸으로 당시 가운데 칸은 비어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더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여러 차례 일관된 진술을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성적 목적을 두고 샤워실에 침입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